차다 담을 수 없는 생각

열등감 범벅

by 수험생

"네가 그래서 국어가 4등급인 거야"
이리저리로 찔러오는 말들이 한마디 한마디 박힌다.
그 이후에는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닐뿐더러, 여기서 더 발버둥 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운 것 같아 자리를 피했다.

자리를 뜬 이후로도 상기된 머리는 식을 줄 몰랐다.
무례한 태도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열등함을 인정하기 싫은 것도 있고, 뭐.... 이러저러 있을 거다.
추잡하게 섞인 말들을 뱉어내 반박의 건더기를 얹혀 놓았으면 조금 더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상황을 가정해 보니 어림없었다.

그러곤 조금씩 조금씩 내 눈앞에는 그림자가 드리운다.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림자는 혼자 남겨졌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한다.


다시 말해, 그런 시간이 온 것이다.

내 머릿속은 항상 뒤죽박죽이다, 글을 읽다가 홍수처럼 흘러나오는 정보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담아내 보지만, 의지의 문제인지라 지치면 포기해 버린다.
열심히 하고자 나를 무시하는 선생의 얼굴과 말투를 떠올려 보아도, 냄비근성 인지라 금세 식어버린다.
변명거리를 만들어내는 작은 공장 속에선 나라는 제품을 끊임없이 제작하며, 그 이외의 것은 폐기처분한다.

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런 한심한 고민은 하지도 않는다.
어중이떠중이 마냥, 화살 시위를 당기려 하지도 않는 머저리처럼, 시답잖은 고민에 얽매인다.
얽히고 얽매이고 할 수 있는 추악한 짓은 온갖 다 하며, 다시 한번 화살 시위를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눈가에 촉촉이 젖은 눈물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냉소로 가득 찬 눈가엔 나에 대한 증오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내 머릿속은 합리화를 멈추진 않을 것이다
아마 한 발짝 앞으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거라고
오히려 희망고문의 영역에서 노력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노예처럼 행동하다 노예처럼 끝날 것이라고
어느 정도 성공의 여지를 열어둔다면, 나를 나라고 부르는 것에 이제는 혐오감을 느낄지 모른다며
비관으로 얼룩진 시야 속에서, 철저히 배척되어야 한다며
머리를 다시 세팅할 것이다.

그러곤 다시 이불에 누워 눈을 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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