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선물

by 꽃그림 의사



긴 명절 연휴를 앞두고 외래에는 여행을 준비하는 가족들이 많았다. 대부분 비상용 약을 챙기기 위해 진료실을 찾았는데, 그중에는 늘 진료가 끝나면 작은 카드를 건네주던 여자 어린이 환자가 있었다.


“어디가 아픈가요?” 하고 묻자, 아이 엄마는 “하나도 안 아픈 것 같은데, 어제부터 목이 아프다고 하더니 꼭 선생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겠다고 해서 왔어요”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러고는 ‘수제 배즙 목캔디’를 내밀었다. 명절 선물이었다. 헤어지기 전, 아이 엄마는 “혹시나 병원을 바꾸시게 되면 꼭 미리 알려주세요”라고 말했다. 단순한 당부 같았지만, 내가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자리를 지켜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느껴졌다. 집에 돌아와 캔디를 하나 먹어 보니 진한 배 향기가 퍼졌다.


며칠 뒤 부산 집에 내려와 엄마가 끓여주는 꽃게탕을 먹으니, 비로소 ‘집에 돌아왔구나’ 하는 감각이 밀려왔다. 진료실에서는 내가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오히려 내가 치유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보호자들이 전해주는 마음, 그리고 고향에서 느끼는 따뜻한 위로가 나를 다시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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