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이야기

by 꽃그림 의사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예정된 케냐 KOICA 사업 착수조사는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변수로 분주하게 흘러갔다. 아랍에미레이트 항공편으로 짐을 부치기 직전, 두바이 공항이 갑작스럽게 폐쇄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미 출발했던 항공기들까지 회항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모두에게 처음 겪는 상황이었다. 교수님, 각 분야 전문가들은 공항 커피숍에 모여 한동안 멍하니 상황을 정리하다가, 곧 다음 일정을 어떻게 이어갈지 긴급회의를 시작했다. 줌으로 회의를 진행하자는 의견, 우선순위 인원만 먼저 출국시키자는 의견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었다. 결국 두바이 대신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하는 Ethiopian Airlines 항공편으로 일정을 변경하기로 했고, 현대아산팀이 전체 예약을 신속히 조정하면서 우리는 하루 뒤 다시 케냐로 향할 수 있었다.


케냐에서 정부 관계자와 의료진들을 만나며 여러 차례 회의와 현장 방문을 이어갔다. 낯선 나라에서의 공식적인 일정이었지만, 가장 먼저 마음에 남은 것은 그들의 태도였다. 멀리서 찾아온 우리를 환영한다며 환하게 웃어 주었고, 회의가 끝날 때마다 빠지지 않고 “Thank you for coming all the way”라는 말을 건넸다. 그 말은 단순한 인사라기보다 진심 어린 감사처럼 느껴졌다.


케냐는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이고, United Nations 사무소가 위치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수도 Nairobi는 다른 나라의 수도와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역동적이었다. 높은 건물들 사이로 차량이 끊임없이 오가고, 국제기구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도시의 공기는 활기가 넘쳤다. 유럽사람들도 많았고, 사파리관광 및 리조트 휴양 등 다양한 목적으로 사람들이 왕래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 외곽 지역으로 이동하면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졌다. 의료 시설의 수준이나 장비, 그리고 전반적인 경제적 여건에서 느껴지는 격차는 생각보다 컸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이렇게 다른 풍경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그 차이를 직접 보면서, 우리가 추진하는 사업이 단순한 협력 사업이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실제로 필요한 변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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