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돔 물회

by 서완석

제주 이도이동 ‘갯것이 식당’
대답 없는 할머니 둘이
무심하게 툭, 내어준 자리돔 물회


새콤한 몸무침 한 젓가락 먼저 맛보고,
그다음 보리밥 한 술과 콤콤한 자리젓,
마늘과 고추를
콩잎에 싸서 볼이 터지게 밀어 넣는다.


비릿하다가 짭조름하고,
보리알 터지며 구수해지다가,
오독오독 뼈째 씹히는
바다의 맛, 땅의 맛, 바람의 맛.


청양고추 한입 아삭 베어 물면
맵싸한 바닷바람 한 줄기
훅, 목구멍을 지나간다.


된장, 고추장, 식초가 혀를 스치고 나가면
오이, 깻잎, 양파가 몰고 오는
밭냄새, 흙냄새, 돌냄새.
21도 한라산 소주 한잔 탁 털어 넣으니
이디 봐라! 바당냄새가 이 그릇에 다 들엉 이서게.


자리돔에 열광하는 김성태 교수님과 나,
자리돔 물회라면 시큰둥하신 이철송 교수님.
전복 뚝배기 앞에서 요지부동이시더니
오두방정 떨며 맛나게 먹는 우리를 보시고
"어디, 한 숟가락만 먹어보자" 짐짓 숟가락 얹으신다.

아깝지만 어쩌랴.
내년엔 자리돔 물회부터 시키실 것 같다.


아! 갯것이 식당
이번 여름방학에도 이철송 교수님 제주도 가시려나
"한번 내려오라" 그 전갈만 기다리는
가련한 육지 인간들.


올해도 불러주시려나,
아예 잊으시려나.


작가의 이전글도시의 밤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