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에 입학해서
지금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
평생을 배우고 가르치며
여전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오늘은 수인분당선을 타고 학교에 왔다.
기말고사를 치르는 날이다.
누군가의 시험 대상이 되었다가
오늘은 시험지를 나눠준다.
돌아보니
태어나기 위해 치열한 시험을 치러 선택받았고,
놀이터에서 무리에 끼기 위해
모래먼지 피하며 손을 내밀었고,
취업을 위해, 짝을 만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매 순간 시험을 치렀다.
오늘 아침에도
버스를 타기 위해, 지하철을 타기 위해
죽어라 달렸다.
살아가는 일도, 죽는 일도
알고 보니 죄다 시험이더라.
인생은 그저 커다란 학교더라.
나는 그 거대한 학교의
선생인 적이 있었으니
그만하면 꽤 성공적인 인생이었다.
그러나 안심하기엔 이르다.
가장 무거운 기말고사,
그날만은 떨지 않고,
우황청심환 삼키지 않고,
내 수험번호를 외치고 싶다.
그 번호는
바로 내 이름일 것이다.
이 시는 작년 12월 기말고사 치르는 날 끄적거려 둔 것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