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의 책 일곱 권을 주문했더니
세 번에 나뉘어 배송이 이루어진다 했다.
이야기도 한꺼번에 오지 않는다는 뜻일까.
첫 상자에는 그의 에세이집 「다른 세계와 나」.
사진 속 그는 1970년대 우리 동네 공판장에서
나락을 만지작거리던 아저씨와 닮아 있었다.
문학보다 먼저 흙을 믿었을 얼굴이었다.
책을 손에 잡자 중도에 그만둘 수 없었다.
줄 서는 식당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듯
그의 문장에는 거부할 수 없는 투박한 맛이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책에 굶주리던 소년으로 돌아가
하루 만에 한 권을 다 비워냈다.
역시 쉬운 글이 명문이다.
알록달록 색칠하지 않고도, 억지로 깎고 다듬지 않아도
그저 흔한 우리네 이야기를 정직하게 담아내는 것.
흙내, 피비린내, 웃음기 섞인 욕설까지 그대로 안고서
자기 힘으로 숨 쉬는 문장은 이미 충분했다.
나는 그 안에서 하루 종일 웃고, 울고, 화내며 즐겼다.
일곱 권 중에 겨우 한 권을 마쳤을 뿐인데
아껴 먹고 싶은 과자봉지 절반이 훌쩍 줄어든 느낌이다.
벌써부터 아쉬워 「붉은 수수밭」과 「달빛을 베다」,
그리고 「열세 걸음」도 서둘러 장바구니에 채운다.
노벨상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니었다.
말을 함부로 해서 꾸짖음을 당하던 어린 시절 때문에
필명을 ‘말을 말자(莫言)’라 했다던가.
현란한 혓바닥은 결국 늙고 이야기만 남는 법.
이제 나도 말을 접고 이야기 쪽으로 돌아서야겠다.
입을 다물고, 흙 묻은 문장 하나 끝까지 들어 올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