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지면엔
공짜라는 주석이 달린 적이 없다.
추수 끝난 빈 들판,
하얀 천막 아래서
눈물 자국 난 스크린으로 본 〈미워도 다시 한번〉.
상영 뒤 경품으로 받은
유엔성냥 한 곽의 황화,
신용카드를 만든 대가로
잠시 허락된
고구려 유적지의 먼 바람,
그게 내 횡재의 전부였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똥손이라 한다.
후배는 한술 더 떠 똥촉이라 비웃는다.
사람 하나 제대로 못 보고
가슴을 내어준 죄,
돌아보니 내 인생은
오답으로 직조된 누더기였다.
그래도 가끔은
신의 실수처럼
한 칸쯤은 맞을 줄 알았다.
마음 놓고 잉크를 쏟아낼
일곱 평의 적막 하나,
세상은 그 작은 빈칸조차
끝내 내게 허락지 않았다.
뒤늦게 올라탄 암호화폐의 파도.
삼 년을 죽어 지내다
겨우 두 배,
똥손의 반전이라 믿고
안도의 숨을 뱉었건만
그마저 고개 꺾인 풀꽃처럼
이내 기운이 없다.
집 한 채 있으면
만사가 꽃길일 줄 알았다.
막상 누울 곳이 생기자
나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그래,
내 인생에 기적의 숫자는
끝내 배정되지 않았다.
비 오는 날,
낯선 연인이 씌워주는 우산 속으로
어깨 한쪽을 밀어 넣는 상상으로
평생을 살았다.
그런 낭만은
강원도 촌놈이었다던 원빈에게나
훈장처럼 달리는 특권일 뿐,
나는 못생겼고, 둔하며
운의 궤도 밖을 떠도는
국외자니까.
애초에
하늘을 살피지 말았어야 했다.
저무는 노을 앞에서
이 무슨 뒤늦은 허기인가.
나이 먹어
나는 왜
아직도
빈칸을 기다리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