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금을 팔았다

by 서완석

이번 겨울 가장 추운 날,
너희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금은방 아저씨 곁으로 팔려갔다.


너희가 있던 빈자리는
지르코니아나 세라믹이라는 이름의,
번쩍이거나 매끄럽지만
내 눈엔 너희보다 천박한 놈들이 차지했다.


금은방 아저씨는
눈에 시커먼 외눈깔을 끼고서
몇 번을 들여다보시더니
삼십칠만 사천 원이라 했다.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천 원을 더 얹어주셨다.


감동해서 그 외눈깔이 뭐냐고 물었더니
루페라 했다.
세상은 늘 들여다볼수록
낱낱이 값이 매겨지는 법이었다.


그동안 너희가 견뎠을 것들이
문득 떠올랐다.
사흘이 멀다 하고 쏟아부은 술,
치통 핑계로 삼킨 항생제,
쓰디쓴 담배 연기.
그래도 임플란트나 틀니 같은 낯선 놈들 밑으로
쫓겨나지 않고
끝내 버텨준 건 다행이었다.


달콤한 키스의 기억 하나쯤
나눠 가졌다면 좋았으련만,
질겅질겅 씹히던 졸음껌 아래서
너희는 잠이나 제대로 잤을까.


새로 이사 온 놈들은
희고 매끄러워 보기 좋으나
사십여 년 모진 풍파를
한 몸으로 견뎌온
너희들의 투박한 텃세를
어찌 따라오겠느냐.
함께 늙어온 동지의 살 냄새를
이 번드르르한 이방인들이
어찌 알겠느냐.


나는 내 살점이었던 것이
값으로 바뀐 자리의
시린 잇몸을 만지며
사십 년 우정을 삼키듯
겨울 바람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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