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랑 밥을 먹었다

by 서완석

“엄마 밥 먹었어?”

“아니.”

냉장고를 열어 반찬 몇 가지 꺼내고

몸뎅이가 차디찬 추어탕 봉지를 찢어

냄비에 넣고 펄펄 끓여 상을 차렸다.

휠체어에 엄마를 태워 상 앞에 앉혔다.


엄마는 딱 두 숟가락쯤 되는 쌀밥을

덜컥 추어탕에 말더니

“이게 뭐냐?”

“추어탕.”

“짜다.”

“물을 더 부을 걸 그랬나? 밥을 조금 더 넣을까?”

“아냐, 아냐.”

엄마가 다급하게 손사래를 쳤다.


나는 오래된 무김치로 밥을 먹었다.

엄마랑 밥을 먹으니 밥이 그냥 넘어갔다.

“내가 치울 테니 그릇은 그냥 놔두고 가.”

나는 설거지를 하지 않고 나왔다.

하루 종일 바깥 구경 못 하는 엄마에게는

설거지가 운동일 거라고,

문을 닫으며 혼자 핑계를 댔다.


문을 열고 나오니 세상은 너무 추웠다.

울엄마는 이제 냉골에서 자지 않는다.

내 유년의 엄마는 이웃집 밭을 매고

그 집에서 주는 밥을 치마폭에 싸 오셨다.


지금 엄마는 그 따뜻한 집 안에서

고여 있는 하루를 다 쓰신다.


나는

평생 먹은 밥값을 다 치르지 못한 사람처럼

도망치듯 집을 나섰다.

1311a6a8-9376-4683-ad3b-ad81e8b95827-md.jpeg


작가의 이전글치금을 팔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