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음동 정안사우나 이발소 아저씨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다.
염색을 해도 만칠천 원만 받으신다.
그것만 받으시고도 고맙다며 웃으신다.
그 아저씨의 담대함이 너무 부럽다.
아저씨는 화요일만 쉬고 매일 일하신다.
사모님 계신 신림동 집에는 딱 하루만 가신다.
정년퇴임한 나라는 존재,
아저씨의 그 하루가 부럽지는 않다.
그러나 그 꽉 찬 육일은 사무치게 부럽다.
회사 임원 했던 친구도,
고위직 공무원이었던 친구도
전혀 부럽지 않다.
TV 속, 지난날의 저 찌질한 최고 권력자는
더더욱 그렇다.
이발소 아저씨는 아무리 높은 사람도
당신 앞에서는 고개를 숙인다고 하셨다.
나는 그 아저씨의 면도와 가위가 너무 부럽다.
한때는 화면을 가득 채우던 얼굴들도
이제는 조용히 자리를 내주더라.
아저씨가 손대면 나도 로버트 레드포드다.
물론 아닌 것, 나도 잘 안다.
그저 내 허물어진 자존감이
조금 높아진다는 말이다.
오늘 나는
간절하게
이발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