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다 보니
오늘이 내일이 되었는지 몰랐다.
아니, 어제가 오늘이 된 줄도 몰랐다.
냉장고 속에서 귤 두 개를 꺼낸다.
더 먹고 싶지만 딱 두 개만 먹기로 한다.
와구와구 먹던 시절이 가고
나이 먹는 게 싫은 마음이 절제를 배운다.
껍질을 벗기니 방안 가득 귤밭이다.
내가 아는 그 익숙한 냄새다.
냉장고 속에서 냉찜질을 견딘 놈들이라
손끝에 닿는 살결이 자못 차다.
등거죽을 벗기다가 손톱에 노란 물이 들었다.
놈들은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하고
향기만 내어주며 침묵하고 있다.
속살을 한 입 깨무니 톡 터지며
내 입속에서 삶을 마감했다.
문득 죄책감이 든다.
나는 녀석들에게 아무것도
준 것이 없는데 녀석들은 제 전부를 나에게 주고 갔다.
새벽이 더 깊어졌다.
손끝에 귤냄새가 남아 있다.
이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