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네 정육점

by 서완석

개업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하필 눈 내리는 오늘 아침.

이삿짐을 싸느라 부산하다.

대형 냉장고마저 철거되는 모양이다.


'아들네 정육점'이라는 간판 아래

'묵묵히, 꾸준히, 정직하게'라고

적혀 있었다.


그 간판이 참 마음에 들었고,

저 사장의 장사가 잘 되라고 기도했었다.

제자들에게 '묵묵히, 꾸준히, 정직하게'

살면 성공할 것이라고 가르쳐왔기 때문이다.


정육점 앞을 지날 때마다

젊은 사장님이 앉아 있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는 말이 없고, 정직해 보였다.

그리고 매일 정확한 시간에 문을 열었다.

내가 지날 때만 그랬겠지만 손님이 거의 없었다.


눈 내리는 오늘

사장님이 이삿짐을 싸는 이유가

간판의 표어와 무관하다 생각하지 않는다.

내리는 눈발에 가슴이 시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그 정육점에서 고기를 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나 때문에 이사 가시는 것이다.

내가 대형마트에서만 고기를 샀기 때문이다.


아! 이제 제자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이냐.

하필이면 왜 눈 내리는 날이더란 말이냐.

인생은 도대체 왜 이런 것이냐?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월곡로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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