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내 글 좀 읽어달라 했더니
너는 말했다.
“머리 아파. 난 그림이 좋아.”
그래.
활자는 무겁고
세상엔 즐길 게 너무 많지.
그런데 말이다.
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편지를 받아본 적은 있니.
없다고?
그래서 그랬나 보다.
만약 있었다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저리고,
얼굴이 붉어져
밥 생각도 못 한 채
그 편지를 읽고, 또 읽었겠지.
글은 공부가 아니다.
누군가의 밤과
평생의 깨달음을
잠시 빌려 사는 일이다.
활자는
너만의 비밀 영화관.
배우도, 연출도 모두 네가 정하고
같은 글로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든다.
글을 안 읽는다고
죽지는 않는다.
다만 조금 다른 삶을
모르고 지나칠 뿐이다.
그래도 난 안다.
네가 이 글을
여기까지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걸.
그렇다고
네가 틀린 건 아니다.
우리는 조금 다를 뿐.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하다.
안녕. 잘 자.
2026년 1월 13일
네가 멍청하다고 여기는 친구 씀.
추신: 그래도 이 글만은
끝까지 읽었으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