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남자가 맥주잔을 탁, 내려놓으며 "캬!" 한다.
그 소리에 묻어온 갈증이 마음을 흔드는데
곁을 살피니 잔을 맞부딪칠 사람이 없다.
관중이는 지난주에 봤고, 인걸이는 소식이 뜸하고,
온다던 도균이는 소식이 없고, 상근이와 원팔이는 아마도 세상사에 바쁘겠지.
혼자 마시는 술은 자기기만이라 생각했다.
감정적 회피와 가득 찬 고립의 낭만화,
습관을 은폐하려는 청승맞은 자기 위로가 싫어
어떻게든 혼자이기를 피하려 애를 쓴다.
이웅영 교수에게 메시지 보냈더니 '충칭'이란다.
술 마시자고 부르려니 너무나 먼 당신
가까이 있는 다율이를 불러 우리 동네 단골 술집에 갔다.
키 훤칠하고 잘생긴 남자 사장님이 깍듯이 절을 한다.
나는 또 이 사소한 친절함에 녹아버린다.
이 집 여사장님은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다.
"진짜요?'
놀란 다율의 눈빛은 내 글이 구걸이라도 된 양 묻지만,
일하다 틈틈이 내 글을 찾아 읽는다는 그녀는
알고 보니 초등학교 후배란다.
눈물 날 일 아니냐,
나 죽을 때까지 단골할 것이다.
대부분 십 년 단골이라니, 이년 차인 내가 기를 펴려면
앞으로 팔 년은 꼬박 더 드나들어야 할 테다.
그때가 되면, 정작 술을 못 마실지도 모르면서.
다율이와 연애담을 안주 삼아 나누었다.
송승헌이 아닌 나는, 너희같은 이들과 달리
부단히 노력해야 겨우 사랑받는 사람이라 말했더니
다율이가 툭, 대답을 던진다.
"입구는 좁은데 출구는 찾을 수가 없어요."
"뭐가?"
"선배같이 매력으로 승부하는 사람들이요."
이거 칭찬하는 것 맞지? 멕이는 것 아니지?
어리둥절한 물음표가 잔 속에 가라앉는데
어느덧 사람들 다 떠난 술집 빈 테이블 위로
낯선 여운만 가득하다.
하월곡동 두산위브 상가 6780CHICK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