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52

by 서완석

침습, 생체표지자, 약동학, 불내성,

심계항진, 습성 기침, 고창, 근육 연축,

연하곤란, 특발성, 근위부, 원위부.


의사 선생님들과 오랫동안 회의를 해오고 있다.

나는 벙어리가 된다.

의사선생님들의 낱말은 날카로운 메스 같아서

내 문해력의 살점을 서슴없이 베어낸다.


원인에 있어서의 자유로운 행위,

상상적 경합, 실체적 경합, 기판력, 부진정 연대채무, 급부. 불법영득의사.

나의 익숙한 영토로 그들을 초대하면

그분들 역시 눈을 끔벅이며 길을 잃을 것이다.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시며 서로 다른 행성의 말을 하고 있다.


영어 못한다고 비웃는 친구들이 있다.

알파벳 몇 자에 목숨 거는 친구들은

제 발밑의 모국어가 무너지는 줄도 모른 채

이해하지 못하는 마음을 비웃음으로 채운다.

그것은 문법의 문제가 아니라 다정함의 부재다.


분명히 우리 글자로 쓰여있는데

내가 바보가 되는 슬픈 현실.

글자라는 것은 본래 마음을 나르는 수레일 터

부서진 수레바퀴로는 누구의 집에도 닿을 수 없다.

은유의 안개도, 수사의 꽃장식도 좋지만

결국 글쓰기란 굽이진 마음을 펴서

너에게 이르는 가장 쉬운 길을 찾는 일이다.


'오목교'는 마음이 차분해져야 쓸 수 있습니다. 이번 주는 여러가지 일로 차분해질 틈이 없었습니다. 내일 논문심사해서 보내놓고 쓸 생각입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몰아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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