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주 어느 검은 구석을 떠돌고 있을까.
저승의 문턱을 서성이고 있을까.
어느 쓰레기 매립장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나를 향해 눈 껌벅거리고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내 주변을 맴돌며 나를 지켜보고 있을까.
내 곁에 꼭 붙들어 두고 싶었던 것들
밤마다 가슴 설레게 하던 이야기들,
종이 냄새 빳빳하던 문학전집,
해 질 녘까지 손때 묻히던 유리구슬 한 알,
로마의 테르미니역과 파리의 세느강변
그리고 워싱턴 DC 공원 의자에 남겨둔 해묵은 추억,
깨벅장이 친구의 투박한 웃음,
열병처럼 온몸을 떨게 했던 첫사랑의 기억들.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들이 있다.
너희가 있어 오늘 글 한 줄을 겨우 쓰고,
밥 한 끼를 넘기며 다시금 생을 버틴다.
아프고 쓰린 밤이면 독한 소주 한 모금에
울고 웃으며 나는 비로소 내가 된다.
이제는 만질 수 없는 허공을 향해
차갑게 식은 소주 한 잔 가득 채워 올린다.
투명한 잔 속에 일렁이는 너희의 얼굴들,
비로소 목이 메는 이 한 잔은
내가 죽는 날 내곁에 누워 같이 죽을 너희에게
내가 올리는 큰 절이다.
내 잃어버린 것들아,
나 너희를 단 한 번도 놓아준 적 없다.
사랑했다. 그리고 지금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