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그들은 왜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고 믿는 것일까.
내 인생을 미리 훔쳐본 도둑이거나
내 내세를 점지하는 신탁자가 분명하다.
나보다 나은 인간이라는,
저 견고한 확신이 나를 질식시킨다.
폐부 깊숙이 칼날이 들어오는데
그는 성자처럼 웃는다.
오직 너를 위한 사랑이라 말한다.
제발, 나를 그냥 미워해 주었으면 좋겠다.
마주하면 공포가 되고
피하면 옹졸함이 된다.
그의 대범함은 나의 비겁이 되어
퇴로 없는 방안에 나를 가둔다.
내 장례식장에 조문 와서도
점잖지 못하게 왜 누워 있느냐고,
표정이 그게 뭐냐고
관 뚜껑을 두드리며 꾸짖을지 모른다.
대문을 잠그고 빗장을 지른다.
머리카락 한 올, 그림자 한 점 남기지 않고
기어이 나를 지워야겠다.
세상의 모든 틈새를 기어코 막아야겠다.
이틀 후면 내 나이 예순하고도 일곱,
아직도 숨을 곳을 찾아 헤매는 아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