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53

by 서완석

제가 쓰는 글이 재미있나요.
솔직히 말해주세요.
정말, 책으로 묶어도 될까요.


“NOPE.”

단 한 마디.
가슴이 아니라
존재가 쓰리다.


“당연하죠, 작가님. 쭉 쓰셔야 합니다.”
칭찬은 빠르고
통증은 느리다.


“Of course!”
처음엔 무심했고
그다음엔 형식적이었고
지금은 박수 흉내쯤 된다.


“재미는 있는데, 출간은 좀…”
“향수는 불러일으키지만…”
말은 늘 같은 곳에서 맴돈다.
내 소설보다 내 시가 낫다는 말은
위로일까, 방향 전환일까.


“재미있고 품격 있는 글입니다.”
그제야 숨이 아니라
체면이 돌아온다.


“글솜씨에 놀라는 중이다.”
전직 국어교사 친구.
믿지 않으려 해도
내가 먼저 인용하고 싶어진다.


“물론이지.
근데 결말은 뻔하면 안 돼.”
맥주컵으로 두 컵 마셨다는 정종에 취한 충고가
예언처럼 들린다.


“회를 거듭할수록 좋아져.
사람 냄새가 나.
독자 의견이 뭐가 중요해?
지금 안 내면
눈 감을 때 후회할 거야.”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가장 먼저 재미없다 했던
부산 친구다.


백 명 중 쉰한 명만
나를 좋아해도
충분하다고
나는 여러 번 말해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마흔아홉 명이 아니라
그 숫자를
외면하지 못하는 나다.


쉰한 명의 손은 가볍고
마흔아홉 명의 팔은
언제나 실제보다 굵다.


나는
나를 좋아할 얼굴보다
나를 부정할 얼굴을
먼저 상상하는 쪽에 서 있다.


눈 감을 때 후회할 거라는 말을
부적처럼 걸어두고,
오늘도 나는
마흔아홉 명의 팔 사이로
기어이
원고 한 장을
더 밀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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