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백

by 서완석

“철학과를 나와서는
도저히 먹고살 자신이 없었다.”
그는 철학을 유기(遺棄)했다.


사유한 것이다.
철학한 것이다.
철학이 철학을
스스로 끊어낸 단호한 사유였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고 했으나

사유가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존재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그 생각이 사람에게
겁을 주었나 보다.


계속 생각하다가는
너의 존재가
굶주릴 것이라는 선언.


철학이 외면당한 세상은 외롭고
세상이 외로운 만큼
우리의 영혼은 배고프다.


나도
지독히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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