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분에 대한 말
내가 죽기 전에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반암리 탑정마을 사람들에게
남길 말이 있다.
월곡댁네 담벼락을 왼쪽에 두고
산길을 오르다 보면
어떤 것은 통나무 위에
어떤 것은 돌무더기 위에
이엉과 용마름을 덮어 놓고
그 위에 솔가지를 꽂아 두었다.
신기해서 나뭇가지로 찔러도 보고
소나무 가지를 꺾어
나도 꽂았다.
엄마가
그것이 무덤이라고 말해준 뒤
갑자기 무섬증이 생겼다.
진달래도 따야 하고
찔레나무 어린 가지 꺾어
껍질을 벗기고
달큼한 맛도 봐야 했는데
거기엔
칡도 많고
밤도 많고
맹감도 많았는데
엄마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산림계 직원 몰래
땔나무를 더 많이 했을 텐데
엄마가 말해주지 않았더라면
상국이랑 어두워지기 전까지
그 무덤 위에
더 많은 솔가지를 꽂아
예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엄마가
실수한 것이다.
나이가 들어
그것이 초분이라는 걸 알았다.
그 속에
나를 닮은 사람이
누워 있었던 것이다.
육신이라는 껍질을
잠시 벗어 두고
진짜 무덤으로 돌아갈 때까지
거기 누워
생각 없이 누워 있었던 것이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거기 누워서
나와 상국이의 장난에 화가 나고
나와 상국이가 있어
외롭지 않고
그렇게
누워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