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의 전설(3)

고인돌에 대한 말

by 서완석

나이가 들고서야 알았다.

논둑길 밭둑길, 이름 모를 바위들이 거대한 시간의 뚜껑이었다는 것을.

그 위에서 숨바꼭질하며 죽음인 줄도 모르고 뛰어놀던 철없던 계절.

청동기시대부터 거기 있었으니 지금도 그늘을 드리우며 앉아 있을 것이다.

세월이 고여도 썩지 않는 돌의 몸뚱어리.


그 시절 탑정은 서울보다 번화가였을까.

포장마차도 있고, 나이트 클럽도 있었을까

바위를 들어 올릴 힘을 가진 족장이 살았으니

그의 호령에 벌판이 들썩였을 것이고

수많은 자식들이 대를 이어 번성했을 것이다.


그 후손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

서울로, 부산으로, 혹은 대전으로.

아니, 저기 전주 막걸리 집 어딘가에 앉아

족장의 피를 가진 줄도 모른 채 허허실실 웃고 있지는 않을까.


제 할아버지가 천하를 호령하던 분이었다고,

이 바위가 그 증거라고,

왜 아무도 침 튀기며 자랑하지 못할까.

기억하지 못한 혈통은 돌덩이보다 무거운 법인데.


혹여나 무지한 포크레인이 그 긴 잠을 무례하게 깨우지는 않았을까.

돌 아래 잠든 영혼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오후.

이번 아버지 산소 가는 길엔 꼭 들러 그 돌의 등을 어루만져야겠다.

뿌리를 잃어버린 후손을 대신해 가만히, 사죄라도 드려야겠다.

제가 몸살이 심해서 오목교를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낫는 대로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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