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돌에 대한 말
나이가 들고서야 알았다.
논둑길 밭둑길, 이름 모를 바위들이 거대한 시간의 뚜껑이었다는 것을.
그 위에서 숨바꼭질하며 죽음인 줄도 모르고 뛰어놀던 철없던 계절.
청동기시대부터 거기 있었으니 지금도 그늘을 드리우며 앉아 있을 것이다.
세월이 고여도 썩지 않는 돌의 몸뚱어리.
그 시절 탑정은 서울보다 번화가였을까.
포장마차도 있고, 나이트 클럽도 있었을까
바위를 들어 올릴 힘을 가진 족장이 살았으니
그의 호령에 벌판이 들썩였을 것이고
수많은 자식들이 대를 이어 번성했을 것이다.
그 후손들은 지금 어디에 살고 있을까.
서울로, 부산으로, 혹은 대전으로.
아니, 저기 전주 막걸리 집 어딘가에 앉아
족장의 피를 가진 줄도 모른 채 허허실실 웃고 있지는 않을까.
제 할아버지가 천하를 호령하던 분이었다고,
이 바위가 그 증거라고,
왜 아무도 침 튀기며 자랑하지 못할까.
기억하지 못한 혈통은 돌덩이보다 무거운 법인데.
혹여나 무지한 포크레인이 그 긴 잠을 무례하게 깨우지는 않았을까.
돌 아래 잠든 영혼의 안부가 궁금해지는 오후.
이번 아버지 산소 가는 길엔 꼭 들러 그 돌의 등을 어루만져야겠다.
뿌리를 잃어버린 후손을 대신해 가만히, 사죄라도 드려야겠다.
제가 몸살이 심해서 오목교를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낫는 대로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