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에 대한 말
상국이와 나는 늘 배가 고팠다.
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구워 먹으면
불향 배인 닭고기 맛이 났다.
오월이 되어 보리가 패면
싹둑 잘라 개울가에서 불을 지폈다.
시커멓게 그슬린 보리를 손바닥으로 비벼
파란 보리알을 입안 가득 털어 넣으면
달큼한 봄이 목구멍까지 넘어왔다.
입가에 검댕을 묻힌
서로의 얼굴을 보며
우리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여름이면 원두막에 앉아
졸고 계신 아저씨에게
나는 괜히 말을 걸고,
상국이는 수박 한 덩이 따
낮은 포복으로 개울가까지 기어갔다.
시월이면 가을 무가 지천이라
쑥 뽑아 한입 베어 물면
집이 가까워져도
꺼억꺼억 트림이 멈추지 않았다.
누가 더 크게 트림하나
내기하며 집에 가던 길.
서리죄가 법전에 없었으니 망정이지
우리는 이미 수십 번은 잡혀갔을 것이다.
이제 와 해묵은 죄를 고백하노니
부디 달게 처벌해 주소서.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비겁한 변명은 하지 않으련다.
그런데
이놈의 마음이
도대체 왜 이리 편안한가.
“아따, 그놈들 잘도 처먹는다!
옛다, 하나 더 처먹어라.
네 엄마한테 보리쌀로
꼭 받을 것이여!”
호통치던 아저씨 목소리가
귓가에 쟁쟁한데,
우리 엄마가 그 보리쌀을 갚았다는 이야기는
반세기가 지나도록
단 한 번도 들은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