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잿물에 대한 말
상국이는 기억할지 모르겠다.
알미장에 다녀오던 아저씨가
지게를 지고
저 멀리 신작로를 굽이굽이 걸어오던 풍경을.
우리는 신문지에 싼 돌멩이를
지푸라기로 단단히 묶고
그 위에 뜨끈한 오줌을 쌌다.
김이 모락모락
영락없는 양잿물이었다.
막걸리 한 잔쯤 드셨는지
얼굴이 불콰하던 아저씨는
작대기를 흔들며 콧노래를 부르다
신작로 한가운데 놓인 그것을 보셨다.
좌우를 살피고
마른침을 삼키시더니
지푸라기 뭉치를 덥석 들고
줄행랑을 치셨다.
흥겨운 노래는 그 자리에서 끊겼다.
숨어 보던 상국이와 나는
배꼽을 잡고 웃었다.
참으로 못된 놈들이었다.
탑정에서는
양잿물을 물이나 식혜로 알고
먹고 죽은 사람은 없었던 것 같다.
돌멩이를 누가 먹겠는가.
그래도
두 번은 못 할 장난이었다.
걸렸다면
작대기로 흠씬 맞았을 테니까.
마을에서 아저씨 얼굴을 마주치면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저씨는
참 싱거운 놈도 다 있네
그런 표정으로 지나가셨다.
이제 저세상에 가 계신 아저씨를 만나면
납작 엎드려 용서부터 빌어야겠다.
요즘은 양잿물 없이도
빨래가 잘된다고,
그 오줌 싼 돌멩이는
이제 잊으시라고.
상국이는
정말 기억할지 모르겠다.
'알미장'은 원래 '알뫼(卵山)장'이라 불러야 옳다.
이는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리에서 매달 5일과 10일에 열리던 5일장으로 바로 뒷산의 모습이 알처럼 봉긋하고 둥글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