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의 전설(6)

닭서리에 대한 말

by 서완석

내가 서당을 다닐 무렵의 이야기다.

형들이 나를 데리고
이웃집 닭서리를 가자고 했다.


네 살짜리 아이가
뭘 알겠는가.


사람이 오는지
잘 지키라 했다.

알 수 없는 예감이
잠깐 스쳤으나
네 살짜리 아이였다.


횟대에 앉아 졸던
씨암탉 한 마리,

형들이 날갯죽지를 틀어쥐고
밖으로 나올 때까지
닭은 비명 한 마디 지르지 않았다.


그날 저녁
나도 소금에 콕 찍어
닭고기 한 볼태기를 얻어먹었다.

기가 막힌 맛이었다.


다음 날
닭 주인이 찾아와
나에게도 물었다.

형들이 시킨 대로
나는 모른다 했다.


아주머니는
허탈한 얼굴로 말했다.

“야 이사람들아, 잡아먹으려면
장닭이나 잡아먹지, 어째서 귀한
씨암탉을 잡아먹었당가.”


한 형이
넉살 좋게 대꾸했다.

“밤중에 장닭인지 씨암탉인지
뭐가 보이간디요?”


나중에
닭값을 보리쌀로 치렀다는
소문을 들었다.


나는 엄마에게도
끝내 모른다고 했다.

네 살 인생인데,
아무래도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형들 역시 우리 엄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잇살이나 먹고서 그러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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