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정의 전설(7)

상여에 대한 말

by 서완석

엊그제까지 무서워 돌아갔던 낡은 상여집의 상여가

오늘 아침, 분 바르고 연지 찍어 꽃단장을 마쳤다.

굴건제복한 사람들이 그 꽃가마 뒤를 잇고

울긋불긋 만장(輓章)들은 바람의 길을 닦으며

저승 가는 먼 길에 배웅을 나왔다.


북망산천 머다더니 대문 밖이 북망일세

딸랑딸랑,

요령 소리 고요를 깨우고

워너 워너,

발걸음은 흙으로 잦아드네.


일가친척 많다 해도 어느 누가 대신 갈까

너비 없는 강 하나를 나 홀로 건너가네.

가네 가네 나는 가네, 정든 고향 뒤로 하고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서러워 마라.

너는 명년 봄이면 다시 피어 웃으련만

이내 몸은 한 번 가면 굽이굽이 안개로다.

이팔청춘 소년들아, 백발 보고 웃지 마라.

나도 어제는 청춘이었고, 그대도 내일은 백발이라.

워너 워너.


달리던 트럭이 멈춰 서서 길을 비킨다.

"이 상여가 왜 이리 무거운가 했더니,

길 위 구르는 바퀴들의 마음이 덜 얹혔구나."

선두꾼의 너스레에 운전수가 내려 광목띠에 빳빳한 성의를 꽂는다.

"아따, 저 양반 통 한번 크고 마음씨 비단결이네!

노잣돈에 저승길이 뻥 뚫렸으니,

저 양반 앞길엔 사고 없고 자손만대 복이 넝쿨째 굴러들 지어다!"

선두꾼의 우스개 소리에 슬그머니, 죽음이 삶에게 길을 내어준다.


"아들아, 울음 끝에 나를 묶지 마라.

네가 울면 내 발길이 진흙탕에 빠진다.

못다 한 효도는 네 자식 눈망울에서 찾고,

나는 이제 바람이 되어 네 어깨 위의 먼지나 털어주마.

고생했다 내 딸아, 먼 길 달려오느라 짚새기가 다 닳았구나.

내 며느리야, 거친 손마디마다 밴 내 수발,

내 저승 가는 길에 보물처럼 챙겨가마."

아이고, 아버지.


큰아들아, 네가 준 빳빳한 용돈

가슴 품에 소중히 안고 저승 가서 자랑하마.

여보게! 행경댁, 월곡댁, 세미동댁, 대실댁, 금산댁, 약방댁.

나 없어도 우리 마누라 툇마루에 혼자 두지 말게.

배고프면 숟가락 하나 얹어주고, 적적하면 품앗이로 불러주게.

내 제삿날 웃음꽃 피우면, 나도 슬쩍 나비 되어 다녀가리니.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이름 없는 산천으로, 본래 있던 자리로.

아이고, 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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