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은 대도시가 아닌 저기 산골 중턱쯤에 살면서
물고기 잡고, 멱감고, 햇빛에 몸을 말리다가
엄마가 부르면 후딱 달려가 시큼한 열무김치에 서숙밥 한 덩이 먹고,
비석치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자치기 하며 놀다가
엄마가 부르면 달려가 ‘어푸어푸’ 등목하고 평상에 앉아 수제비 먹고 "잠들었다가...."
조금 커서는 종로 뒷골목에서
닭발에 소주 한 잔 마시고,
순댓국으로 허기 달래다가
마음 맞는 돈 많은 친구 놈 하나 불러내
정종도 한 잔 얻어먹으며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어두운 물밑 기나긴 허물을 벗고 일어선 날,
오직 하늘을 날기 위해 제 안의 허기를 모두 비워내고
입마저 닫아버린 채 가벼운 날개로 솟구쳐
오직 짝을 찾아 죽을 만큼, 딱 하루만 사랑해 보고
딴 놈 딴 년 눈치 볼 시간조차 없는 그런 삶은 어떤가?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그 하루를 위해 한평생을 치열하게 벼리는 삶.
입 없으니 돈 벌 필요 없고,
속이 비어 가벼우니 더 높이 날 수 있고,
부양가족 없으니 짊어질 걱정 없고,
딱 하루만 경쟁해서 좋을 것 같고,
죽을 걱정은 딱 하루만 해서 좋을 것 같은 삶.
하루살이의 삶.
내가 그토록 애타게 살고 싶은,
입 잃은 그 사람의 삶.
(주) 하루살이는 물속에서 1~2년을 인내하며 살다가 성충이 되는 순간, 오로지 번식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입과 소화기관을 스스로 퇴화시킵니다. 텅 빈 뱃속에는 음식 대신 공기를 채워 몸을 가볍게 만들며, 수분조차 섭취하지 못한 채 유충 시절 비축한 에너지만으로 마지막 불꽃같은 비행을 이어갑니다. 결국 사랑을 위해 생존의 도구인 '입'마저 포기한 채, 사명을 다하면 찰나의 생을 마감하는 지독하게 탐미적인 생을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