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바닥

by 서완석

경조사는 부지런한 장부다.

내 일에는 오지 않을 놈도

기어이 제 낯바닥 내민다.


낯바닥은 자존심의 유통기한.

밥벌이 끊긴 낯바닥은 상장 폐지된 주식.


품앗이라 부르지만 저당 잡힌 자유.

누가 얼마 냈는지 기억하는 손.

내 갈 길 대신 불려 나간 시간.


비싼 상 차려놓고

얇은 봉투로 밥 먹고 갔다

동네방네 소문내는 무정함에

낯바닥이 뜨겁다.


“형편이 어려운가 보네.”

작게 흘린 말은 마을 한 바퀴 돌아

내 낯바닥에 값을 매긴다.


세금은 날짜도 숫자도 정확한데

이놈의 낯바닥값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봉투 한 장에 접어 넣은 내 헐값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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