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by 서완석

밤새 수장되어
불어터진 몸뚱아리
무쇠솥 안에서
쌀한테 치여 이리저리 구르며
뜨거운 불맛 보다가


덜컹 쨍그랑
뚜껑이 열리면

'훅'하고 끼쳐오는


달착지근하고
묵지근한 냄새.
햇볕에 말린
지푸라기 냄새.
은은한
흙냄새.
비갠 뒤
마른 땅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냄새.
오래된 무명옷에서 나는
햇살 냄새.


쿰쿰한 된장찌개 속
애호박과 느타리버섯이
씹히다가

톡톡 터지며
혓바닥에 감기는
시큼 달큼한
엄마 냄새.


우리는 팔할이 보리,

엄마는 꽁보리밥,

부엌에 앉아서 혼자 먹는

시커먼 엄마의 밥.


베 보자기에 쌓여
살강 위에서 고슬고슬 마를 때
쉴새라, 파리떼 꼬일 새라
봄바람이 지켰다.


찬물에 한 덩이
후루룩 말아
된장에 풋고추 하나
푹 찍어 우물거리면

그림자처럼 서 있던 엄마.


내 허기 속으로 들어와
웃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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