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오답(誤答)

나의 생일에 부쳐

by 서완석

수만 년의 세월을 건너온 단 하나의 사건,

수억 분의 일의 확률로 이 땅에 툭,

떨어진 지독한 우연 하나가 여기 있다.


세상이 삶이란 무엇인가, 무겁게 물어왔을 때

우주가 제 살을 깎아 써 내려간

가장 다정한 오답 아니겠는가.

문제는 풀고 있는데

문제지를 받은 기억은 없다.

정답을 비껴가서 다행인, 제 결대로

공기 속에 제 이름을 새겨 넣는 오늘.


나를 딛고 피어난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과

어머니의 야윈 손등 위로 흐르던 그 눈부신 환영사 한 줄.


삶은 숨 쉬며 살아온 날의 합이 아니라

숨이 멎을 만큼 벅찼던 순간들의 합이다.

우리의 부모가 그러했고, 내 아들딸과 손자들이 그러할 것이듯

존재 자체가 이미 지극한 응답이라면

이제 그 다정함의 보폭을 닮아가면 된다.


나무의 마른기침, 물의 울음, 풀의 웃음에

고개 돌려 눈짓하기에도 생은 짧다.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살아가야 할 일.


우리 부모에게

숨이 멎을 만큼 벅찬 날이었을지도 모를

오늘 너의 날을 축하하며,

우주의 오래된 답신 앞에

내가 나의 마른 숨을 보태어 편지 한 장 보낸다.

나의 날을 축하해 준 친구들과 조촐하게 한잔했습니다.

이수역 부근의 남성사계시장 내 남성집.

오소리감투, 새끼보, 머리 고기, 술국 등 모두 맛있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사람이 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