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어머니 집 101동 앞 목련이 고개를 까딱일 때면
동부간선도로 굽이치는 물줄기를 따라 월릉교에서 이화교로 속도를 높였다.
영춘화인지 개나리인지 모를 노란 잔상들이 차창 밖 지천으로 흐드러지던 계절.
응봉산 팔각정이 황금물결로 차오르고 장안 벚꽃길이 하얗게 열릴 때,
수선화와 튤립을 지나 유채꽃, 장미가 만개하기까지 나는 풍경의 배후만을 전속력으로 달렸다.
그때는 강아지도 사람도 꽃멀미에 취해 있었고 나도 취해 있었다.
꽃양귀비, 안개꽃, 수레국화가 차례로 피어나 폭주하던 계절의 속도를 다잡을 때쯤,
둔치 위로 개망초 꽃구름이 하얗게 밀려오더니
평생의 노선을 반납하고 나서야 나의 길은 멈췄고,
거기에 내 차는 먼 중동의 화염까지 덮쳐와 시동 거는 법을 잊은 지 오래다.
명패가 사라진 책상 위로 낯선 정적들이 먼지처럼 내려앉은 오후.
중랑천 둔치, 개나리는 환영처럼 여태 피어 우리가 매일같이 가로지르던 그 길을
나 대신 말없이 지키고 있을까. 노란 꽃잎 하나가 이 냉골 같은 가슴을 녹여줄 수 있을까.
오늘, 운동화 끈을 묶고 중랑천으로 간다.
꽃이 나를 기다려준다면 멈춰 선 내 안에도 다시 수액이 돌겠는가.
비로소 꽃 한 송이, 내 눈에 들어오겠는가.
최성필 변호사가 보내준 그의 고향 광양의 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