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사람은 가고, 갈 사람들이 보낸다.
남은 자들은 모두 검은색이다.
옷도 얼굴도 비어져 나온 숨소리까지 검은색이다.
아들 앞세운 아비의 눈은 십리 밖으로 꺼졌고,
어깨는 시오리 너머로 무너졌다.
울면 무엇하랴.
아들놈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미 제 갈길 가는데
뒤따르는 아비의 비칠 비칠한 걸음만 늦다.
어미는 몸져누워 자식 가는 길에
그림자 하나 보태지 못했다.
가거라 이놈아, 이 무정한 놈아.
아비와 어미는 어찌 살라고
그리 서두르느냐.
네 부모를 보는 내 눈이 벌개져
눈물이 흐르는데
제 자식 보내는 그들의 가슴은 어떻겠느냐.
눈물 한 방울 없이 이미 바스러져
가루가 되었겠지.
오죽하면 이를 일러 참척(慘慽)이라 했으랴.
이 가혹한 생아.
이 시린 가슴팍의 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