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언저리까지 마중 나왔던 그녀가
문 앞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엊그제 소주를 마시던 사이였는데
수차례 불러 익숙한 이름인데
기억의 서가 어디쯤에서 길을 잃었는지
끝내 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그 이름의 그림자만 남아
안개처럼 흔들리고
혀끝은 그 맛을 기억해 달싹이건만
소리는 혀뿌리에 박혀 움직이지 않는다
책들이 서로 등을 밀고 서 있어
그녀 하나 빠져나올 틈이 없었는지
깊어진 서가 어딘가에서
여태 돌아오지 않는다
억지로 문을 열어 보면
그녀가 더 깊숙이 숨어버릴지도 모르는 일
그래서 문 앞에 그대로 서 있다
커피 한 잔 식는 동안
보라색 머플러 두르고
또각또각 소리 내며
늦은 약속처럼 올 것 같기도 하고
애초에
그 약속이라는 것이
있기는 했던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아무도 앉지 않는 의자를 하나
문 쪽으로 돌려 놓는다
설단 현상(Tip-of-the-tongue, 舌端現象)은 윌리엄 제임스가 제시한 심리학 용어로서 분명히 아는 단어임에도 일시적으로 기억나지 않아 입안(혀끝)에서만 맴도는 심리적/인지적 현상입니다. 뇌에서 그 단어와 관련된 의미나 개념은 활성화되었지만, 그 단어의 소리(음운) 정보가 완전히 인출되지 않았을 때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무엇인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잠시 잊은 상태입니다. 뇌의 정보 저장 오류, 노화, 긴장, 고유명사 지연 등이 주요 원인이며, 힌트를 얻으면 기억나는 특징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