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붙이지 않아도 좋을 것들이
골목마다 넘친다
익숙한 대문을 등지고 서서
낯선 온기에 몰래 생을 밀어 넣거나
등을 돌린 키스 끝에 마른 침을 삼키는 일들
혀끝에서 금세 식어버리는 맹세나
소 닭 보듯 홱 돌아서는 뒷모습의 건조함까지
굳이 불러 세워 명함을 건넬 필요는 없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벤치에 앉아
무릎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식어가는 무게를 재거나
길가에 차인 돌멩이가 무심코 던진
딱딱한 안부에
막혔던 귀가 불쑥 열리기도 하는 법이다
그래, 이만하면 견딜 만하다 싶은 찰나들
우리는 그런 비루한 순간에만
겨우 이름을 붙여준다
시린 손을 녹이며 뜨거운 군밤 한 알을 깨물면
탁, 파열음과 함께 터지는 노란 고소함
그 뜨거움이 식은 뒤에도
온기는 서두르지 않고
뼛속의 빈칸으로 하강한다
심장의 가장 깊은 방까지
노랗게 물들이는 그 맛,
그것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지 몰라
우리는 오래도록 입안을 굴리며
침묵할 뿐이다
말이 없어도 이미 꽉 차 있는 것들
우주가 아주 오래전부터
제 몸속에 숨겨온
그 정직한 근육을
나는 이제야 조금씩
만져본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들이 자꾸 걸려서 제목과 내용을 수정한 점 이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