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문장을 고치며 생각을 바로 세운 40년의 기록
[여는 글]
출판편집 40년의 기록을 담은 〈聰明記〉에 이어, 이번에는 그 현장에서 길어 올린 문장 하나하나를 바로 세우는 일에 집중합니다.
문장은 늘 주인의 마음을 드러낸다
책상은 언제나 조용하지만, 그 위를 구르는 문장들은 늘 시끄럽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나는 문장과 씨름한다. 교정지 위에서, 혹은 작가의 원고 앞에서 어떤 말은 고집스럽게 버티고, 어떤 말은 제 뜻을 숨긴다. 그 말들을 제자리에 바로 세우는 일이 내 삶의 반이었다.
출판편집자로 일한 지 마흔 해.
그 긴 세월 동안 내가 본 것은 글보다도 ‘글을 짓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말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다. 서두름, 회피, 과장, 그리고 불안까지. 문장은 낯설 만큼 정직하게 그 주인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래서 내게 교정이란, 단순한 언어 고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생각을 다듬는 일이었다.
편집 현장에서 눈에 밟히는 병들은 늘 비슷했다.
스스로 하면서 ‘시켰다’고 말하는 사동의 혼란, 주어를 지운 채 ‘되어졌다’로 도망치는 문장, ‘관련하여’나 ‘차원에서’ 뒤에 숨어 책임을 미루는 관료적 표현들. 겉보기에 매끄러운 그 문장들은 실은 행동 없는 언어이자, 책임 없는 문체였다.
언어의 피로는 시대의 피로와 닮아 있다.
말이 책임을 잃으면 생각도 길을 잃는다. 문체의 무기력은 결국 사고의 무기력으로 이어진다. 나는 오랫동안 묻고 싶었다. 우리는 왜 스스로 한 일을 ‘되게 했다’고 말하며, 분명히 아는 사실을 ‘관련하여 말씀드린다’며 에둘러 가는가.
이 연재는 그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편집자와 작가, 두 자리를 오가며 수많은 문장의 얼굴을 마주하며 깨달은 사실은 단 하나다. 언어의 정확성은 지성의 문제이기 이전에 인격의 문제라는 것. 정확하게 말한다는 건 정직하게 생각한다는 뜻이며, 글을 고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을 정갈히 하는 수행에 가깝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현장에서 길어 올린 언어의 메모이자, 문체의 작은 분투기다. 가벼운 맞춤법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끝에서 나는 당신과 ‘사유의 방법’을 나누고 싶다. 문장을 바로 세운다는 건 결국 생각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내가 여전히 이 언어의 길 위에 머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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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재는 브런치에서 30회째 연재 중인 〈聰明記, 출판편집 40년의 기록〉의 현장 메모에서 언어에 관한 대목만을 따로 추려 묶은 것입니다. 〈聰明記〉가 삶의 장면들이라면 이 매거진은 그 장면들 사이에 남은 문장의 잔향에 가깝습니다.
[〈聰明記〉 보러 가기] https://brunch.co.kr/brunchbook/mysoo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