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결제와 결재

_전문가도 헷갈리는 단어

by 축성여석

말은 익숙할수록 미끄럽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한 번 멈춰 짚어 본다.

맞춤법은 틀리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미끄러지기 위해 익힌다.


출판 편집 일을 하며 수없이 본 오탈자 가운데, 끝까지 살아남는 단골손님이 있다.

바로 ‘결제’와 ‘결재’다.


뜻을 모르는 경우는 드물지만, 막상 쓰려 하면 손이 멈춘다.

두 단어는 모양도 비슷하고, 발음도 같다.

하지만 쓰임새는 분명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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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건너는 일, 결제(決濟)

결제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고

대금을 주고받아 거래를 끝맺는 일을 말한다.

‘현금결제, 카드결제, 소액결제, 결제계좌’처럼

언제나 돈과 함께 움직이는 말이다.


여기서 ‘제(濟)’는

경제(經濟)나 구제(救濟)에 쓰이는 ‘건널 제’ 자입니다.

강을 건너듯 돈이 상대에게 건너가

거래가 완전히 끝났음을 의미한다.


기억법

*경제 → 결제 →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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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고 허락하는 일, 결재(決裁)

반면 결재는

아랫사람이 올린 안건이나 문서를

윗사람이 검토하고 승인하는 행위를 뜻한다.


‘결재권, 내부 결재, 전자 결재’처럼

주로 회사나 조직의 업무 처리 과정에서 쓰인다.

돈이 오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결재는 이루어진다.


이때 쓰이는 ‘재(裁)’는

재판(裁判)의 그 ‘마를 재’다.

사안을 헤아려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때 쓰이는 ‘재(裁)’는

재단(裁斷)이나 재판(裁判)에 쓰이는 그 ‘마를 재’ 자이다.

옷감을 치수에 맞게 자르듯,

상사가 안건을 살펴보고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뜻이다.


기억법

*재판 → 결재 →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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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구분하면 헷갈리지 않는다.


- 돈을 내고 받는 일 → 결제

- 문서나 안건을 승인하는 일 → 결재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만나는 자리 자체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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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은 지식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습관과 맥락의 문제다.

자주 헷갈리는 말일수록 이렇게 한 번 정확히 짚어 두면

글의 신뢰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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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재는 브런치에서 30회째 연재 중인 〈聰明記, 출판편집 40년의 기록〉의 현장 메모에서 언어에 관한 대목만을 따로 추려 묶은 것입니다. 〈聰明記〉가 삶의 장면들이라면 이 매거진은 그 장면들 사이에 남은 문장의 잔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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