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는 오래된 문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지금도 현재형이다.
이 글에서는 설명보다 호흡을 먼저 꺼내 본다.
상자를 열듯, 한 글자씩.
외우기 위한 한자가 아니라, 살아보게 하는 한자.
오늘 열어 볼 글자는 德, '덕 덕'이다.
德(덕 덕)
彳 두인변
直 곧을 직
心 마음
德 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덕은 한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왼쪽의 彳[조금 걸을 척]은 천천히 걷는 발걸음을 뜻한다. 뛰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양이다. 덕은 그렇게 쌓이는 것임을 이 글자는 처음부터 말해 주는 듯하다.
가운데 놓인 直은 곧음이다. 비틀리지 않고, 돌아가지 않는 방향이다.
하지만 이 곧음은 칼날처럼 날카롭지 않다. 彳 옆에 놓여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덕의 곧음은 정지된 원칙이 아니라, 걸어가며 지켜내야 하는 자세에 가깝다.
그리고 맨 아래에는 마음[心]이 있다.
아무리 바른 길을 걷고, 올곧은 판단을 한다 해도, 마음이 빠지면 덕은 남지 않는다.
德은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동을 떠받치고 있는 마음의 상태를 묻는 글자다.
우리는 덕을 흔히 남에게 베푸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이 글자를 오래 바라보고 있으면, 덕은 먼저 자기 안에서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노력에 가깝게 느껴진다. 남을 향하기 전에, 자기 마음이 비틀어지지 않았는지를 먼저 살피는 일이다.
산에서 붓을 들고 글자를 쓰다 보면, 잘 쓴 획보다 마음이 곧았던 순간이 오래 남는다.
그날의 글씨가 반듯했는지는 금세 잊히지만,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던 기억은 오래 간다.
이제 와서 보니, 그 시간들 역시 德을 연습하던 시간이었다.
오늘은 크게 베풀지 않아도 좋겠다.
다만, 한 걸음을 내딛기 전, 마음이 곧은 쪽으로 향하고 있는지만 조용히 살펴보고 싶다.
덕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게 쌓이는 것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