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人文學 언박싱
_④ 獄(옥 옥)

by 축성여석

한자는 오래된 문자이지만,
그 안에 담긴 사유는 지금도 현재형이다.

이 글에서는 설명보다 호흡을 먼저 꺼내 본다.
상자를 열듯, 한 글자씩.
외우기 위한 한자가 아니라,
살아보게 하는 한자.

오늘 열어 볼 글자는', 옥 옥'이다.


한자 人文學 언박싱-④ 獄(옥 옥)

獄 자를 처음 보면 분위기가 단번에 달라진다.

앞서 살펴본 聽이나 德, 誠이 마음을 고르고 다잡는 글자였다면,

獄은 삶이 어디에서 막히는지를 먼저 보여 준다.

이 글자는 위로 향하지 않는다. 안으로,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는 방향으로 힘이 모인다.

그래서인지 ‘옥’이라는 소리에는 처음부터 숨이 막히는 기척이 배어 있다.

옥 옥(獄)은 으르렁거릴 은(狺)과 개 견(犬)이 합쳐져 이루어진 한자다.

개사슴록변의 견(犭)과 개 견(犬) 모두 개를 뜻하니, 두 마리 개가 서로 마주 서서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형상으로 볼 수 있다. 본래 이 글자는 가두다 이전에 다투다, 논쟁하다는 뜻을 품고 있었다. 말이 말로 끝나지 않고 힘이 되고, 힘이 승패를 가르며, 그 결과가 송사로 이어질 때 비로소 감옥의 의미가 덧붙여졌다.

옥은 처음부터 형벌이 아니라, 말이 서로를 물어뜯는 상태를 가리키는 글자였던 셈이다.

근래에 ‘입틀막’이라는 말이 자주 오르내렸다.

원래 이 말은 놀라움이나 감탄으로 벌어진 입을 자기 손으로 가리는 몸짓을 가볍게 이르던 표현이었다. 그러나 KAIST 졸업생이 한 행사장에서 소리를 질렀다가 경호원에게 입을 막힌 채 끌려나간 장면이 화면에 비친 이후, 이 말의 결은 완전히 달라졌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정치적 판단보다 먼저, 옥 옥(獄)이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말이 부딪히고, 소리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는 순간, 그 자리에는 이미 보이지 않는 감옥이 세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옥은 멀리 있는 제도가 아니다. 말이 뜻을 잃고 상대를 가두기 시작할 때, 말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마다 작은 옥은 생긴다.

산에서 붓을 들고 글자를 쓰다 보면 획이 막히는 순간이 있는데, 힘을 더 주면 종이는 상하고 힘을 빼면 획은 나가지 않는다.

그 사이에서 손이 멈출 때, 나는 그 자리를 늘 옥처럼 느껴 왔다.

오늘은 말을 조금 더 조심하고 싶다.

잘 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이 서로를 가두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옥은 감옥 이전에, 말이 막힐 때마다 우리 곁에 먼저 생기는 자리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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