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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성동 Dec 10. 2023

작업실통신 23

독립출판-책 만들기 1

10월 말경 작업실에서 집으로 가는 건널목에서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길 기다리다가 건너편의 플래카드를 봤습니다.

인근 도서관에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독립출판 시민작가 모집”

“아! 나한테도 원고가 있었지!”

순간 만화 “교단 일기”를 떠 올렸습니다.

이미 작년에 여기 브런치 공모에서 떨어졌고, 메이저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었으나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기에 나도 한번 지원해 볼까! 만화 원고인데 가능할까? 예시에는 그림책 정도만 표기되어 있는데...”

“금방 원서만 작성하면 되는데 한번 내보자. 1년여 잊고 있었던 만화 원고가 서글퍼 울고들 있을 거야~ 아! 마감이 오늘까지네!”

그렇게 해서 그날 밤 서류를 제출하고  “시민작가 독립출판 책 내기 프로젝트”에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짐작건대 선정 인원이 꽤 많고 ( 40명 내외) 선발 절차가 그리 까다롭지 않은 듯했습니다. 더구나 지방자치 시립도서관 단위 행사이므로 경쟁이 치열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인원이 덜 찼는지 마감 이후에도 며칠 더 모집공고가 뜨더군요. ㅎ

하지만 그 사이 회화작품 공모에 여러 번 낙선한 끝이었으므로 저에게는 가뭄 끝 단비 온 듯한 소식이었습니다. 집사람과 아이들에게도 짐짓 별것 아닌 척 자랑삼아 이야기하고 또 여기에도 이렇듯 후일담을 쓰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기분 좋은 통보를 받고 11월 13일부터 매주 월요일 4번에 걸쳐 ( 한 달간) 책 만들기 강의를 밤 7시 ~9시에 들었습니다.

학교 근무 시 교지 혹은 소식지 디자인을 해 봤습니다만 포토샵으로 대충 눈짐작으로 했었습니다. 

고척고 교지 디자인 
독산고 소식지


아이디어나  내용은 아무리 좋아도 형식이 부실하면 어디에서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 우리네 세상입니다.

 강의를 통해 ‘인디자인’을 처음 접하고 놀랐습니다.

아! 출판사에서 책 만들기 할 때 쓰는 프로그램이 바로 이거였구나!

알면 쉽다고 단기간에 강사님 말씀대로 해보고 유튜브를 찾아보며 스스로 그동안 네모난 정사각형 사이즈의 만화들을 포토샵, 인디자인을 이용해 만화책 형태로 재편집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삭각형 원본을 포토샵에서 모두 재 편집 

 매우 지난한 일이었네요~  한 달간 힘든 노동이었습니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책의 디자인을 8일 마감 제출했습니다.

한편으론 뿌듯하고 또 아쉬움도 큽니다. 여러 번 섬세하게 검토했으나 디테일에 악마가 숨어 있다고 하듯이 어디서 실수, 시행착오가 튀어나올지 모르겠습니다. 보내고 나서도 어색한 조형, 디자인, 거친 윤곽과 일관성 없는 틀 등 처음이지만 매우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표지디자인-여전히 맘에 안듬

처음 책 만들기의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서투른 인디자인, 포토샵 사용의 낭패감과 다시 꺼내든 옛 원고를 새로 타자 치며 겪은 어설픈 작화와 생각의 모양이 끝없이 부끄럽게 하네요.

하지만 이번 강의와 출판을 계기로 거의 잊었던 책 출판의 가능성과 자신감은 생겼습니다. 물론 더 공부하고 더 꼼꼼히 충실하게 임해야겠습니다.

2024년 한 번 더 지난 원고를 다듬고 구성해 새로운 원고에 더해  도전해 볼 요량입니다.

여하튼 마감한 원고를 보내고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 출간될 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전히 스스로 다 만들고 인쇄만 맡겨 놓은 상태입니다만

도서관 담당 사서 샘, 강의해 주신 샘, 그리고 다른 작가분들의 강의실과 카톡방에서의 열정이 큰 힘이 되고 견인차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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