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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성동 Aug 13. 2024

쟤! 선생 맞아?

숏다리

학교에서의 하루는 늘 소소한 일상에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가곤 합니다.

아이들과 어떤 땐 너무 격의 없는 농담, 장난을 주고받아 주변의 눈총을 받고는 하였습니다. 

이제 그런 시절이 모두 추억이 되었네요.

지난 시절 아슬아슬하게 교사와 학생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순간을 적잖이 연출했던 것 같습니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또 한편으론 그저 심심하거나 재미를 위해서.     


어느 날은 출석을 부를 때마다 특별한 방법을 동원했습니다.

 "얘들아, 재미를 위해 끝에 팔자를 넣어 출석을 부를 거야!"라며 

김성팔, 손기팔, 서성팔, 성팔, 박영팔.... 이렇게 부르면서 학생들을 웃게 했죠. 

교실 안에서는 아이들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날, 나는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봤습니다. "오늘 며칠이지?" 

아이들은 일제히 "8월 13일이요!"라고 대답했죠. 

그러면 나는 엉뚱하게도 "그래, 25번 일어나 읽어봐."라고 지적했습니다.

 오늘 날짜와는 전혀 상관없는 번호를 말하면 아이들은 일제히 '하하하' 웃었습니다.      


또한, 때로는 눈에 띄는 아이들이나 장난이 심한 녀석들을 칠판에 즉석에서 

좀 심하게 과장된 캐리커처로 그리곤 했습니다. 

주로 남학교에서 교사 초창기 때 했던 장난이었죠.

 아이들은 그 그림을 보고 웃음이 터졌고, 나는 즐거운 반응에 괜히 우쭐해하며

 더 신나게 칠판에 재밌는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아이들 이름 중 동음이의어를 사용하여 격려하는 문장이나 전달 사항을 지어냈습니다.

 그리곤 카톡을 보내거나 칠판에 적어 썰렁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혜성 같은 빛나는 눈을 부릅뜨고 장대한 꿈을 향해 열공하는

6반의 동행에 정지 없는 박수를 보낸다. "

(고생했다. 천혜성, 장대한, 오동행, 전지원. 그리고 모두…) 

※2018년 G고 2학년 6반          



그 외에도 많은 싱거운 꼰대 짓과 아재 개그를 하곤 했습니다. 

장난이 통할 때면 교실은 웃음으로 가득 찼고, 그런 순간들은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혀주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절의 유머와 장난이 요즘 학생들에게 잘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뭇 다른 정서와 시대,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란 학생들에게는 당시의 유머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요.

이젠 추억으로 남아  슬며시 혼자 미소 지을 수 있는 소중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선생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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