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입니다
집 근처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밀린 신문을 보는 게 최근 나의 즐거움 중 하나다.
가끔 이렇게 신변잡기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주로 앉는 책상이 정해져 있다. 웬만하면 부지런을 떨어 좌. 우가 비어 있는 좌석을 선택한다. 노트북 실의 맨 우측 나란히 2개가 붙어있는 곳에 주로 앉는다. 다른 사람도 나와 비슷해 키오스크를 통해 옆에 누군가 사용 중이면 비교적 다른 곳을 이용한다. 그러니 하루 종일 주위 사람의 작은 소음도 없이 내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나 가끔 도서관이 혼잡할 때가 있다. 학생들 시험기간이나 주변 타 도서관이 휴관일인 날이 그렇다. 도서관엔 내 나이 또래나 윗대의 은퇴자로 보이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언제나 각자의 전공인 듯한 못 알아먹을 책에 코를 박고 앉아 있거나 원서에 형형색색 형광펜으로 체크하며 젊은이 못지않은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기도 하다. 물론 조금 젊은 축에 드는 사람들은 부동산 관련 시험 준비나 역시 못 알아먹을 동영상 강의를 열심히 듣고 있기도 하다.
각설하고, 며칠 전 일이다.
그다지 춥지 않으나 바람은 좀 있던 날이었다. 비가 찔끔찔끔 내려 습도도 심했다.
4층 노트북 실에 사람이 많아 비좁아 보였다.
내가 앉아 있던 두 개 나란히 붙어 있는 칸막이 좌석의 오른쪽에 누군가 와서 앉는다.
순간 꼬름한 니코틴 냄새와 부패한 음식에서 날 법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비에 젖은 옷의 섬유질 냄새와 끈적하고 매콤하며 역한 담배 냄새와 몇 가지 음식 냄새가 혼합되어서 계속 코를 찌르고 눈을 맵게 하는데 앉아 있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눈치를 주어 상대를 곤란하게 하기 또한 민망한 일이기에 참아내며 내 하던 책 읽기를 계속했다. 그렇게 한 시간여를 버티었으나 결국 층을 바꿔 좌석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너무 심하게 코와 눈이 맵고 속이 불편했다. 신경을 써 그런가? 머리도 아팠다.
아마도 점심 곁들어 낮술을 하고 담배를 꽤 많이 피우는 사람이었던가 같다. 얼핏 나이는 나보다 조금 위거나 비슷한 또래일 것 같았다.
때와 장소 분별 못 하고 정신없이 술. 담배를 즐기던 과거의 나를 생각나게 하는 오후였다.
나로 인하여 내 주변 가족, 학생들, 동료 등 얼마나 역한 냄새와 혐오에 시달렸을까! 물론 술. 담배를 즐기면서도 절도 있고 예의 바르게, 냄새 피우지 않고 멋들어지게 향유하는 분들이 꽤 많음을 안다. 내가 그러지 못하고 그것에 패배하여 기대고 살았음이 문제였다. 누가 손가락질하고 욕해도 할 말 없는 죄인이었다.
술. 담배를 일절 끊고 한 모금, 한 잔도 안 한 지 이제 4년째 돼간다. 최근에는 커피도 거의 하루 한 잔 정도 외에는 삼가고 있다. 무슨 훈장이라도 되는 양 달고 살았던 과거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무엇이든 적당히 때와 장소, 사람을 가려가며 품위 있게 즐겨야 했었다.
후회한들 어쩌리! 이제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인가 한다. 창피하고 부끄럽기 그지없으나 아직 어린 우리 애들에게 반면교사라도 될 수 있기를 바란다.
2024. 12. 15
그나저나 윤가는 부끄러움을 전혀 모르는 인간이다. 탄핵 뒤 담화문을 보니. 그 뻔뻔함과 소시오패스다운 신념은 어디서 왔을까? 아마도 우리 역사의 청산치 못한 기득권들의 민낯이 그러지 아니할까? 견고하기 짝이 없는 서울대 등 엘리트 권력과 일제 부역자 후예들. 그들의 맹목적 우월감. 선민의식. 계산 속. 생존 본능. 역겹기 그지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