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물 속에서도, 나는 날개를 기억한다
매미는 날기 위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단지 수년간 몸속에 숨겨둔 날개의 존재를 기억하고 있을 뿐.
때가 되면, 앞도 보이지 않는 땅을 벗어나
날개를 펼 날을 기대하며…
세상을 살아가며
나를 부인해야 하는 이유는
세상에서 정의된 나의 모습이
이미 왜곡된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내가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만든 창조주만이 알고 계실 뿐이다.
그 속에서 나는,
얼마나 자기부인이라는 리셋버튼을 눌러야
내가 가진 날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너를 만들고 너를 모태에서부터 지어낸
너를 도와 줄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나의 종 야곱, 내가 택한 여수룬아 두려워하지 말라
이사야 44:2
여름 어느 날, 길을 걷다
보랏빛 맥문동꽃 위에 남겨진 매미의 허물을 발견했습니다.
대부분의 매미들이 선택하는 거친 나무가 아니라,
한 송이 고운 꽃 위에서 날개를 펼친 낭만적인 선택.
아름다운 꽃과, 아름다움을 위해 남겨진 허물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습니다.
그 매미는,
자신의 날개를 얼마나 몸속에 오랫동안 품어왔는지,
그 날개가 얼마나 보석처럼 빛나고,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아마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것 같았습니다.
내가 가진 날개를 잊지 않기를.
허물 속에 숨겨진 날개를 기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