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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로운학교네트워크 Apr 25. 2022

티쳐뷰_경기 상촌초 임동희 선생님

티쳐뷰/임동희_경기 상촌초 교사

Q.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전국 새넷 선생님들께 선생님을 소개해 주셔요.

A.  아, 참 이거! 쑥스러운 데요(웃음) 글쎄요. 지금 저의 키워드는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 만들고 있고, 또 하나는 혁신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미래 교육, 미래학교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는 ‘현장 실천가’라고 소개할 수 있어요. 근데 사실 올해가 지나야 좀 뭔가 할 이야기가 뚜렷해질 것 같은 데 지금은 인터뷰할 거리가 여러 가지로 애매한 타이밍인 것 같아서 인터뷰가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Q. 역시 여느 선생님들과는 남다른 소개 말씀이네요. 학교에서는 현재 무슨 역할을 하시는지요? 

A. 현재 수원에 있는 상촌초등학교에서 2년 차 체육부장과 5학년 담임을 맡고 있어요.


Q. 지난번에 경기 새넷 연수 때 성열관 교수님과 임동희 선생님이 함께한 토크콘서트가 너무 참신하고 힐링이 되었거든요. 비대면 연수임에도 주제와 각 노래가 맞물리면서 매우 짜임새 있게 준비한 느낌도 들었고요. 그런 연수를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A. 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작년에 복직해서 그간에 만든 노래들로 음반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성열관 교수님의 연락이 온 거예요. 성 교수님과는 혁신대학원에서 시작되었죠. 제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고, 대학원 MT를 가서 각자의 노래를 불렀는데 그때 서로의 음악에 호감을 느끼게 된 거죠. 성 교수님은 교육이나 사회정의에 대한 노래가 많았고, 저는 육아에 대한 노래가 많았지요. 제가 전문가과정 연수를 받으면서 “혁신을 노래하다”라는 다소 어색한 주제로 최종 보고서를 작성했어요. 혁신학교에서의 실천 경험과 혁신학교 문화를 노래로 만들었는데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의미”, “우리 학교 교사들의 약속”, “무지개 공연”,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아”를 만들었어요. 그 노래를 듣고 성 교수님이 계속 생각하셨나 봐요. 올해 초에 “같이 작업을 해보자.”라는 제안을 하셨어요. 둘이 만나서 서로의 노래를 피드백하고, 최종적으로는 같이 앨범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래서 각자 만든 기존 노래 5개를 선곡해서 앨범을 낸 거죠. 그런데 페이스북을 보고 간은균 선생님이 연락을 주시고 공연을 해달라고 요청을 했어요.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해서 수락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오프라인 공연이 무산되고, 온라인 연수를 계획하게 된 거죠. 그렇게 성 교수님과 너사말 (너무 사랑 노래 말고, 또는 너를 사랑한단 말이야)을 꾸리고 혁신학교 주제에 맞게 구성하다보니까 공교롭게도 연수 사이에 노래가 들어가는 개수가 딱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Q. 샘이 미래교육과 미래학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요?

A. 제가 둔대초에 있을 때 황영동 교장 선생님과 늘 이야기를 나눈 것이 우리가 혁신학교에서 어떻게 더 나아가야 할 것인가 였어요. 그런 이야기 끝에 둔대초에서 혁신학교로서 그간 해왔던 것에서 한 발짝 내딛기 위해 민주시민 학교를 운영했었어요. 정말 열심히 해서 둔대초가 그해 민주시민 학교 우수교로 선정됐어요. 민주시민 학교가 문화적인 부분이나 콘텐츠 부분으로는 좋았는데 동료 선생님들이 힘들어하셔서 1년밖에 못했어요. 운영하던 해에는 교육과정 운영 면에서는 상당히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했어요. 둔대초는 학교 문화 자체는 민주적 문화가 기본적으로 정착되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혁신학교 운영도 10년을 넘게 해왔고 황영동 교장선생님의 리더십도 있었고. 그 위에 교육과정 측면에서 나름 새로운 콘텐츠로 집중을 해보고자 했는데 결론은...혁신학교 운영도 힘든데 거기에 ‘민주시민 학교’라는 타이틀을 달고 운영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시는 선생님들이 많아서 결국 ‘민주시민 학교’ 운영을 연장하지 않았어요. 

  그 이후에도 혁신학교 10년 차 이후의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미래학교” 개념이 혁신학교 3.0에 주요 내용으로 있었고 저는 ‘이게 혁신학교 10년의 제도적 한계를 깨보려는 시도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되었죠. 처음에 혁신학교가 모델학교였잖아요. 그리고 혁신학교가 많아지면서 혁신학교 일반화가 추진되었죠. 혁신학교 일반화에서는 혁신학교에서 성공한 요소들이나 정책들이 일반 학교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정책화 된 부분도 있구요. 하지만 그래도 드러나는 한계가 있었고 그것을 넘어보자는 도전이 바로 ‘미래학교’가 아닐까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때 수원에서 만드는 미래학교가 초‧중 통합학교라고 들었거든요. 초등 6학년과 중학교 1학년의 차이는 무얼까? 이들이 합쳐지면 교육과정은 어떻게 계획해야 할까? 그 당시 혁신학교가 나아가지 못한 부분들 예를 들면 무학년제를 시도했지만, 사실은 동아리나 통합교과 창체 비슷한 것들만 통합하는 시도에 그쳤죠, 즉 제도 내에서 통합 가능한 것만 하는 정도였죠. 제도의 틀을 벗어난 진정한 무학년제를 시도하고 싶었어요. 학부모들이 엄청 신경쓰는 ‘수학 교과 같은 과목도 무학년제 통합이 가능할까?’라는 궁금증도 있었고요. ‘미래학교가 제도권의 틀을 깨고, 혁신학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지 않을까?’ 그래서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 거죠. 



Q. 그런 혁신을 넘어선 생각으로 미래학교에 참여하게 되셨군요. 그런데 직접 해보니 어때요?

A. 일단은 학교가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현재 우리 연구회 회원들이 가장 갑갑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연구에 매진해 온 우리가 미래학교에 발령이 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현실이에요. 인사 정책에는 여러 제도적 제한들이 있어요. 아직 발령에 대해서는 도교육청에서 보장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어요. 우리가 미래교육과 미래학교 연구를 하면서도 우리가 틀림없이 여기에 발령이 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선생님들이 자주 말하는 불만족스러운 부분이에요. 

   작년에 우리는 학교교육 과정의 방향을 만들었어요. 비전-미션-교육목표-인간상 등을 세웠는데 다른 사람들이 오면 우리가 만든 것을 쓸까 싶은 거죠. 이런 불확실성 탓에 연구 동력이 탄력을 받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부분에 대해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발령과 연구는 별개라고 생각하거든요. 못 들어간다고 좌절하거나 낙담하거나 실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물이 반영되지 않으면 서운하기는 하겠지만 제가 가게 될 어떤 학교에서, 우리 연구회 선생님들이 몸담게 될 어떤 학교에서는 조금이라도 적용할 수 있는 여지는 있을 테니까요.



Q. 인사의 형평성이 의도치 않은 걸림돌이 되는 셈이네요.

A. 춘천에 있는 한 초중통합학교에 다녀왔는데 발령이 나기 전부터 도장학사님이 참여해서 TF팀을 꾸렸는데, 도장학사님은 현재 교감이에요. 심지어는 그 팀에서 교장까지 나왔어요. 그러니까 거기는 얼마나 준비를 많이 했겠어요. 그런데 실제 학교가 세워지고 나서 TF팀 외에도 일반 선생님들, 그러니까 원하지 않는 선생님들도 발령을 받게 된 거죠. 그리고 한편으로는 팀 내에서 발령 받지 못했던 선생님도 계셨구요. 그런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학교장과 교감이 우리 연구회 선생님들과 교감이 없거나 다른 뜻을 갖고 계신 분이면 저희가 만든 교육과정이나 학교 운영 체제를 수용할 가능성은 희박하겠지요. 지금까지의 경과를 봐서는 도 교육청에서는 아마도 공모를 통해 미래학교 교사들을 모집할 것 같은데요. 그 공모를 지원하는 사람이 여기 저기에서 있을 것이고, 거기에 인원 제한이 있을 것이라. 그것도 고민 됩니다. 저는 그냥 이 과정 자체가 즐겼으면 좋겠는데 의도하는 대로 결과도 따라줘야 하겠죠?      



Q. 미래교육연구회 회원은 몇 명인가요?

A. 작년에 25명 정도가 되고요. 계속 저희가 주관한 연수에 참여하셨던 분들은 15명 정도요. 마지막에 26명 정도가 남아계셨고, 올해 우리는 3월만 회원모집을 했더니 50명이 더 들어왔어요. 지난번 모임에 50여명이 참여하셨답니다.



Q. 미래 교육연구회 모임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첫 번째 모임은 3월 말에 열었는데 연구회 총회 성격이었어요. 신규 회원 선생님들 초대해서 인사 나누고, 연구회 운영진과 연구회 소개하고 지난해 연구 활동 보고하고 올해 계획 등을 나눴어요. 그리고 4월 첫 주에는 시선 공유를 위해서 성열관 교수님의 특강을 함께 들었는데 ‘미래학력과 미래교육과정’이라는 제목의 강의였습니다. 



Q. 미래학력이 뭘까요?

A. 연수에서 미래학력이라고 이야기한 것은 사실 교수님은 신학력이라고 이야기 하셔요. 신학력에 대해서는 학력이 지성, 감성, 시민성 들을 얘기했었거든요. 지성, 감성, 시민성이 조화롭게 발달된 결과로 합리적으로 깊게 생각하는 힘이고 타인의 처지를 공감할 줄 알고 느낀 것을 표현하는 힘이다.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실천하는 힘이다. 이렇게 이야기 해주셨어요. 학력이라는 것은 모두가 다 달성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소수만이 높은 학력을 쟁취하는 현실인데, 이런 학력의 불평등이 극복되고, 모두가 절대기준에 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업성취에 따라서 차이가 나는데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된 차별을 낳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신 학력관의 전제거든요. 이러한 내용이 지난 해 연구회에서 선생님들과 함께 만든 미래학교 비전이나 미션과 맞닿는 면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온건하고 이상주의적이라는 평을 하는 분도 계셨어요. 

  참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미래학교 교육과정에서 추구해야 하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셨거든요. 목적과 바라는 상이 있고, 성과가 있고 그것을 어떻게 이루었느냐는 증거가 있을 것 아니에요. 그중에서 그 증거가 되게 와 닿았는데, 그 증거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는 수치가 아니고, 그 기준을 ‘학습의 기쁨’, ‘모두가 주인공’ ‘삶의 의미’라고 제시하셨습니다. 교육의 본질, 학교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지요. 저는 이게 왜인지 새롭고 신선했습니다. 

<교육과정 프레임워크, 성열관 ‘미래학력과 미래교육과정’ 원고 중에서>


Q. 담임 반 아이들은 어떤가요?

A. 상촌초는 학군이 좋은 학교예요. 어떤 의미에서냐 하면 이 지역이 워낙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곳이라. 마을 사람들도 그런 공동체 문화가 배어있는 거 같아요. 이 지역에는 학부모가 주도적으로 만든 ‘서수원 교육문화 공동체’가 있어요. 어떻게 구성되어있냐면 공동육아, 초등대안학교, 중등대안학교, 모 시의원이 하는 모임, 칠보 방과후협동조합 등이 있어요. 서수원 교육문화 공동체주관으로 2월에는 쥐불놀이도 하고 대보름 행사도 하고 체육대회도 하고 가을에는 한가위 행사도 하는 마을교육공동체 행사를 해요. 그리고 이들이 주관하는 행사를 인근 학교에서 대대적으로 개최하니까 여기에 관련되지 않는 일반 학생이나 학부모도 참여하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마을이 평화롭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여서인지 이웃 간 정도 많고 안정적인 문화가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도 굉장히 안정적이라 교직 생활을 시작한 이래 이런 안정적인 아이들을 맡아보긴 처음이에요. 아이들의 기본 학력도 제가 다녀본 학교와 비교하면 좋은 편이고, 음악, 미술, 체육 두루 좋아하고 언제나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학부모들도 이전 지역에서는 비협조적인 분도 많이 만났는데 여기는 대부분 자녀 교육에 대한 관심이 많으시고, 협조적이세요. 그래서인지 상촌초등학교는 그동안 혁신학교가 아니었다가 올해 처음 혁신학교가 됐어요. 뭐랄까 혁신이 필요 없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여기가 아쉬운 게 ‘서수원 교육문화공동체’에 정작 학교는 빠져있어요. 학교는 장소만 제공하고 있거든요. 공동육아를 나온 아이들이 자라서 초등학교에 갈 때쯤에 칠보산자유학교라는 대안학교를 만들고, 또 그 아이들이 자라서 중학교 갈 나이가 되니까 중등대안학교를 만들었어요. 한편으로는 대안학교에 안 보내는 부모들은 방과후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공교육 안에 있는 학교는 배제될 수밖에 없던 거예요. 그 부분이 공동육아에 참여한 부모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면서도 공립학교 교사로서는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Q. 미래교육연구회에서 연구 활동을 하면서 교육활동에 적용한 것은 있는지요?

A. 이전 혁신학교에서도 그래 왔고, 미래학교를 만들고 운영할 전략도 “공동체 문화 형성과 구조”였거든요. 그래서 그런 걸 염두에 두고 살다 보니까 학부모 공동체 문화, 학생 자치 문화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고 실천을 하고 있어요. 예를 들면 학부모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려고 저는 작년엔 특히 “네이버 밴드”를 운영했습니다. 딱딱한 공지나 알림을 위한 도구로서 밴드가 아니라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학교 일상을 전달하고 소소한 사연을 나눴죠.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하루 일과 중에 같이 생각해봐야 할 일이나 제가 읽은 글 중에 좋았던 글 등도 게시하고요. 대부분의 학부모님들께서는 조심스러워 그러신지 크게 반응을 하지 않지만 일부 학부모들은 따뜻한 글을 올려줘서 고맙다는 반응도 보내주시고 편안한 느낌이 든다는 긍정적인 피드백도 주십니다.
  연구회에서 공동체 문화 형성 전략에 대해 논의할 때도 학부모 공동체 전략을 논의했었는데 미국의 어떤 학교에 마케팅부가 있더라고요. 우리도 학부모를 공동체의 주인으로 서게 하려면 좀 더 강하게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더 강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취해야 하지 않겠느냐 싶어요.

  그리고 학급의 공동체 문화를 만드는 것에 있어 지난해에는 다른 해에 비해 성공적이었다고 느꼈어요. 한 해 아이들이 우리 학급에서 온전히 주인으로 어떻게 서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학생자치회를 활성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뒤에서 살짝 지도 조언이나 예산 지원을 하는 역할만 했어요. 작년에 학급 회의를 격주로 진행하는 데 코로나 시국이라 아이들이 소통의 욕구가 컸었고, 학급 회의만으로 모자라서 학급자치 시간을 따로 마련해줬어요. 가령 분명히 학기 초에 각자의 소개를 다 했는데 수업 시간에 회의하다가 아이들이 서로 아직 잘 모르겠다며 아이들끼리 알아가는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더라구요. 그래서 시간을 확보해줬더니,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소개를 하더라고요. 좋아하는 음식 3가지, 좋아하는 게임 2가지, 자기가 할 수 있는 장기 보여주기를 온라인으로 발표하는 거예요. 또 학교생활 속에서 친해질 기회가 없다며 서로 상호작용하는 게임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어요. 그래서 시간을 마련해주고 학생들이 요구하는 상품 같은 것을 지원해주었더니 정말 친해지는 즐거운 게임시간을 마련하여 운영하더라구요.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부모님의 힘을 빌리지 않고 직접 소통하겠다며 학급 밴드를 개설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어요. 핸드폰이 없는 두 명의 친구가 있었지만, 컴퓨터로 접속해서 하겠다고 말했지요. 밴드가 개설되니까 엄청나게 활발하게 활동했어요. 아이들끼리 끝말잇기를 하기도 하고, 중간, 중간 자발적 미션을 정해서 수행하더라고요. 이를테면 알림장 댓글 달기 같은…… 아이들이 서로를 믿고 따르다 보니 점점 더 활기찬 활동을 시도하더라고요. 학기마다 장기자랑을 하기도 하고 파티도 하고, 선물교환도 하고요. 학교를 나오지 않은 날이 많았지만 아마도 제가 경험한 어느 해의 어느 학급보다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많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온라인상이었지만요.

 제가 아이들이 회의하는 모습을 보면 문제 발견도 서툴고, 의견 모으는 것도 서툰데 그것을 관찰하다 보니 그것이 아이들의 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회의 주제를 정할 때 굉장히 구체적인 내용으로 정하는 거예요. 아이들한테 회의 주제를 미리 올리라고 하거든요. 그랬더니 “밤늦게까지 밴드를 하지 말자.”라는 안건이 올라왔어요. 계속 가만히 지켜봤어요. 아이들은 그런 디테일한 주제에서 시작하더니 그러면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할 것이냐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이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 생활 실천 약속을 정하는 거예요. 또 “우리가 친하지 않으니 게임을 하자.”라는 회의 주제로 회의를 할 때는 “중간에 우리가 왜 게임을 해야 하지?”라는 의문을 제기하면서 결국은 제가 말하고 싶어 했던 중요한 포인트들을 다시 짚어가며 이야기를 나누더라구요. 그렇게 회의 주제를 정할 때면 끼어들어 “회의의 주제는 그렇게 정하는 게 아니야.” 하면서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꾹꾹 참으며 지켜보았죠. 아이들은 교과서와 다른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지만, 자신들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구나. 서툶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볼 수 있었고 우리 교실의 진짜 주인이 되려고 치열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Q. 작년에 엄청 재밌게 사셨네요. 들어보니 미래학교연구회 연구에 선생님의 학급경영 전략이 보탬이 된 셈이네요. 

A. 그런가요(웃음)? 아이들이 서로 소통이 잘 되어선지 종업식 할 때 아이들이 막 우는 게 처음이었어요. 감수성이 매우 풍부한 한두 명이 울었던 적은 있었는데 전체 아이가 종업식 때 우는 일은 처음 경험했어요. 그 어려운 시기에 줌으로 만난 아이들이었는데 어려운 시기에 소통의 갈망이 있었고 저는 그 시간과 장소만 열어줬는데 정이 많이 들었죠. 오히려 제가 참 고마운 아이들이었어요. 



Q. 선생님이 만들고 싶은 미래학교는 어떤 모습일까요?

A. 저는 혁신학교를 하면서 많은 성장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만들고 싶은 미래학교의 모습은 첫 번째는 도시 속에서 공동체가 강화된 집단을 만들어서 본연의 학교의 역할을 강화하고 싶어요. 교회는 주차 봉사, 밥 봉사 등등을 운영하는데 그분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신앙심이잖아요. 공동육아에서 부모들의 마음과 역할과 기대가 교회만큼의 강화된 공동체성을 보여주는데 학교도 그렇게 공동체성을 강화할 수 있지 않겠냐는 믿음이 있어요. 그럼 그것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학부모들에게 “학교에 참여해라, 봉사해라.”가 아니죠. 저는 학교가 학부모들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까지냐. 예를 들면 사교육 없이 키우려는 신념이 강한 학부모들처럼 비전센터를 만들어서 비전들을 학부모들이 수립할 기회를 부여하고, 학부모가 학교에서 성장할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학부모를 위한 쉼의 공간, 학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약간 극단적으로까지 이야기하자면 학부모에게 교사를 채용 권한을 부여하는 거지요. 공교육에서는 불가능하겠지만 어쨌든 그렇게 과감한, 주인으로 세우고자 한다면 그만큼의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야 하지 않겠냐는 이야기입니다.



Q. 인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너무 파격적인데요? 

A. 학부모에게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부여하려면 인사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열어놓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면 담임 선택권을 부여할 수도 있고요.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들이 무슨 실질적 권리를 가지는 것은 없다고 보거든요. 학부모 의견수렴이라는 명분으로 이루어지는 여러 설문, 예를 들면 원격 수업이냐 등교수업이냐에 대해 설문조사하는 것은 거짓된 주인 세우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원격 수업이냐 등교수업이냐 의견수렴은 교육 전문가가 책임을 지고 해야 할 일이죠.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지않나 생각합니다.
 그런 설문 참여 말고 학부모에게 학교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야 합니다. 

  담임 선택권 같은 것이 민감한 문제이고 현장 교사들에게 엄청 비난, 반대의 의견을 들을 이야기죠 사실. 그런데 제가 말하는 ‘담임’, 미래학교에서의 담임이 진로 멘토로서의 담임의 개념으로 변화한다면 좀 유연하게 생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그런 믿음도 있는데. “공동육아에서 학부모들이 교사를 채용했음에도 교사에 대한 존중이 대단한데 그런 관계를 만들면 되지 않을까?”라는 믿음요. 우리 연구회 선생님 중 미국에서 잠깐 사시다가 오셨는데 그 선생님이 자녀를 보낸 그 학교에서는 공교육의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학부모가 담임을 선택하는 제도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생기는 갈등이 생각보다 없다는 거예요. 자기 아이 성향에 맞는 담임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담임 선생님도 그 부분에 대해 인정하고요. 미래학교에는 담임교사의 역할이 분명히 바뀔 텐데요. 어떤 부분에서는 그 진로코칭을 할 담임 선생님에 대한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또는 학생에게 부여하는 방법도 좋지 않을까 해요.

  두 번째는 연구하는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연구하는 기관과 학교를 MOU 체결 해서 연구자가 학교를 도울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면 좋지 않을까. 미래학교의 질 관리를 위해서 연구센터가 세워지고, 미래학교를 계속 지원하는 연구기관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요. 서울대학교 부설학교진흥원이란 곳이 있어요. 그곳은 서울대학교 부설 학교가 연구, 시범 실습학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센터인데요. 학교에서 교사가 파견을 나가 부설학교진흥원에서 연구를 하고 현장에 연구지원을 한다고 합니다. 경기도 교육청의 미래학교 정책 아래 교사들이 미래학교에서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 많을거 아니에요? 이런 경우 현장 교사들의 실천을 의미 있는 연구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수님이나 박사들도 좋지만 연구하는 다른 교사가 옆에서 함께 해준다면 참 좋겠습니다. 

(10_서울대학교부설진흥연구원)


Q. 마지막으로 새넷 발전을 위한 제언을 부탁드릴까요?

A. 새넷이 거시적인 얘기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 않느냐, 구성원이 고령화되지 않았느냐, 학교의 구조와 문화에 대한 얘기 들이 주를 이루는 것 아니냐 등 새넷 내부에 몸담고 계신 분, 또는 다른 교원단체에 있는 분들과 나누었던 불평 같은 이야기입니다. 그런 내용들이 2030 선생님한테는 잘 안 들리는 거죠. 실제로 우연히 새넷 모임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20대 선생님께서 이야기해준 부분도 그랬습니다. 어쨌든 간에 젊은 선생님을 사로잡을 수 있는 에너지와 예산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충일 선생님께서 이끄시는 월간 문학 공감처럼 그런 디테일이 살아있는, 교육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역동적인 콘텐츠 말입니다. 저도 예전부터 유튜브에 많이 관심을 갖고 얘기했었는데 새넷 팟 캐스트 채널로 차에서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영상 채널을 만들어서 영상으로 보면서 활용할 수 있는 채널을 운영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형태가 교사들 사이에도 엄청 대중화 되었죠? 얼마 전에도 친한 교사분을 만나서 “왜 교육 예능 채널은 없을까?”하고 말했어요. 제가 좋아하는 팟캐스트 중 “매불쇼”가 있는데 여기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과학, 영화, 심지어는 수위가 있는 연애 이야기까지 다뤄요. 

 시사 예능, 경제 예능, 과학 예능 여러 장르들이 늘고 있는데 정작 교육 예능이 없어요. 그래서 주변 친구들과 지인에게 교육 예능 만들면 재밌지 않겠느냐고 말하곤 했어요. 문제는 스튜디오에서 영상 찍고 영상과 사운드 편집하고, 거기에 섭외해야 하고, 기획 콘텐츠를 짜야 하는 인력이 필요하다는 거지요. 근데 개인이 하면 불가능하죠. 조직에서 하면 가능할 것이다라고 생각합니다. 스튜디오 대여료나 편집 비용 등등 들어가는 예산에 대해서는 새넷이 예산을 세워 조금 투자를 하셔야겠고 샤이 새넷 선생님 중에 숨은 능력자들이 틀림없이 있을 테니 하다 보면 기술지원해주는 사람이 생기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면서 젊은 층 교사들도 여기서 성장하고 더 함께하게 되고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어떤 코너에서는 노래하는 교사들이 출연하고, 교사들의 노래도 틀어주고, 예를 들면 ‘너사말’ 앨범의 노래 같은 것들요. 그리고 새넷 선생님들의 교육과정운영에 대해 실감 나게 들을 수도 있고, 상상만 해도 역동적이고 재밌지 않나요? 


  제가 티처뷰를 진행하면서 지인을 인터뷰하는 게 처음이었거든요. 그런데 왠지 동희 선생님을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굉장히 범상치 않은 생각과 포부를 가진 사람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네요.(웃음) 장시간 인터뷰 응해줘서 고맙고요.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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