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이슈 / 새로운학교제원센터
2022년 4월 20일 2022 제1차 새넷 학습터에서는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열다’를 주제로 같은 제목의 책을 함께 쓴 세 분의 선생님을 만났다. 새로운학교네트워크의 세 번째 총서인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열다>는 2021년의 마지막 날 발간된 신간으로 오윤주, 간은균, 김명희, 김미영, 이유리, 조윤정 선생님이 함께 쓴 책이다. 오늘은 조윤정, 오윤주, 김명희 선생님 세 분이 강의를 담당했다.
먼저 새넷의 연구자문위원으로 집필에 참여한 조윤정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교사 리더십과 교사 주도성을 발현시키는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주제로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의미, 교사의 전문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 배경이 되는 기본적인 내용을 차근차근 짚어나갔다. 복잡한 사회 변화와 구조 속에서 다른 직종의 전문성 역시 그렇겠지만 교사의 전문성 또한 혼자 키우는 개인주의 학습으로 키워오던 자율적 전문성에서 협력적으로 배우고 탐구하고 실천하는 협업적 전문성으로 변화하고 있다. 협업 문화가 교수학습 향상 및 교육개혁의 성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여러 연구 결과와 함께 학생들의 다양성에 맞는 개별화, 모든 학생의 수업 참여를 위해서는 협업이 필요하다는 여러 이유로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요즘 교사 리더십이 학교 혁신, 공교육 변화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교사 리더십, 교사 주도성은 전문적 학습공동체에서 배양되고 발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전을 공유하고, 존엄과 환대로 시작하여 개방과 공유, 성찰과 상상까지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어떤 과정으로 운영되는지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경기 새넷의 연구위원장을 맡고 있는 오윤주 선생님이 ‘존엄과 환대로 빚어가는 우리 학교 비전’을 주제로 강의를 이어갔다. 학교를 저마다 빛나는 별들이 모여 이루는 은하수라는 비유로 동료 교사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표현하며 이야기를 열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교사들이 실존적, 교육적 문제를 함께 푸는 시공간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시작은 ‘존엄과 환대’라고 하였다. ‘교무실이라는 고요한 바다에 떠 있는 섬들’과 같은 교사가 아닌 저마다 충만한 존재로 느끼게 하는 학교, 학교에 진심인 교사들이라니 아름답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낭만적인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교실에서 그렇게 존재하기를 바라며 ‘존엄과 환대’로 아이들을 만나려 애쓰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자 오히려 낭만적이라는 낱말을 먼저 떠올릴 만큼 냉소적이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존엄과 환대로 시작하는 전문적 학습공동체 운영을 위해 교사들이 삶과 철학을 어떤 방법으로 나누면 좋을지 사례를 들어 소개했다. 혁신학교 초기부터 많은 학교에서 경험했겠지만, ‘존엄과 환대’라는 관점에 초점을 맞춰 의미를 새삼 되돌아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비전과 철학 공유의 과정을 소개했다. 큰 이상과 우리의 일상을 함께 담은 비전을 함께 만들고, 새롭게 세우고, 구체화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선생님이 근무하는 수일여중에서 올해 학교 비전을 함께 돌아보며 교육과정으로 구체화했던 과정, 프레네 학교인 파리 자주고의 한 주를 여는 학교 의례, 이우고등학교의 비전을 서술한 글이나 학년교육과정으로 이어지는 모습 등을 통해 비전과 철학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법을 볼 수 있었다.
학교 체제가 교육활동 중심이라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학습조직으로서의 학교로 기능하는 것이며 그런 학교조직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을 묵은 것을 비우고, 보존할 것과 새로 담을 것을 채우고 여백을 남기는 ‘냉장고 정리’에 비유했다. 교과연구회나 학년연구회가 학습공동체가 된다면 학교 운영이 곧 학습공동체 운영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수일여중에서 구성원의 다양한 요구와 상황을 반영한 다양한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구성하고, 학교와 교사, 학생을 함께 정의해 본 사례나 올해 중점 교육활동 주제에 대한 활동 계획을 공유하며 학년 교육과정을 만든 사례도 소개했다.
오윤주 선생님은 문태준 시인의 ‘우리는 서로에게’로 이야기를 열고, 함민복 시인의 ‘부부’라는 시로 마무리를 대신했다.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나 함께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예민한 시선으로 포착한 시인의 통찰은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이루는 학교 구성원들이 어떻게 서로를 만나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해주었다.
세 번째 강의는 ‘연대와 성찰, 개방과 공유로 성장하는 교사 전문성’을 주제로 경기 새넷의 대표이신 김명희 선생님으로 이어졌다. ‘100-1=100’이라는 수식으로 전학공의 힘을 강조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 사람의 리더십으로 움직이는 학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 지속 가능한 학교를 만들어내는 힘, 교사의 전문성과 효능감을 높임으로써 계속 에너지를 얻어 소진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힘, 역동적인 학교문화를 만들고, 교육과정의 자치권, 학교의 민주성을 지켜가는 힘이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있다고 했다. 앞선 강의에서 조윤정 연구위원이 언급하기도 했던 책인 ‘잠자는 거인을 깨우라’는 문장을 언급하며 ‘잠자는 거인이 되어버린 교사’를 깨우려면, 잠자고 있는 두 개의 심장인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학교 민주주의를 깨워야 한다고 했다. 과거 시스템인 학교조직, 지배적인 관리 시스템 속에서는 교사들의 협업을 통해 발휘되는 높은 사기와 집단 지성을 활용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혁신할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교사의 일이 예측 불가능하고, 명확하게 분업화할 수 없기에 홀로 성장하는 문화와 시스템에서는 교사들이 소진할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교사 개인의 탁월성 역시 학교가 가진 문화적 수준을 넘어설 수 없기에 우리는 공동 연구와 실천을 통해 아이들에게 삶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경험하게 한다고 했다. 방향을 공유하고, 학습, 실천, 성찰의 선순환 과정이 필요하며 학교문화와 시스템 조성, 교육과정-수업-평가, 생활교육 모두를 공동 연구와 공동 실천의 영역이라고 했다.
운산초등학교에서의 학교 교육과정 중심의 전 교직원 학습공동체를 예로 들면서 학교의 고민과 문제, 문화가 학교 교육과정의 지향으로 각종 사업 예산 사용, 학습공동체 운영 계획, 학년 교육과정의 방향과 재구성, 생활교육과 수업, 평가까지 한 방향으로 일관성 있게 운영되어야만 하는지 강조했다.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연계된 40분 단위 수업 공개에 국한된 동료 장학에만 매몰되지 말고, 좀 더 높은 시선으로 바라보자면서 교실 나들이, 수업 개방, 수업 친구, 교육과정 설명회 및 평가회, 학교 개방형 콘퍼런스, 대토론회, 포럼, 독서회, 인근 학교와의 전학공 연계, 경험을 축적하는 책이나 디지털 기록 등으로 개방과 공유의 공동체를 구체화하는 예를 들었다. 마지막으로 학교 밖에서 위안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 참여, 지역 동반 성장을 위한 지역의 학교 밖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을 주문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학교의 미래,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열다>의 1, 2장의 주제를 세 분의 저자 직강으로 들을 수 있었다. 펼쳐지기도 전에 벌써 낡고 오염되는 건 아닌가 걱정하였던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힘과 가치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떻게 서로를 만나야 하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운영 주제별 워크숍의 실제 구성 예시와 학교별 사례, 현장의 궁금증을 질문과 답으로 구성한 구체적인 문제 해결까지 다양하고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의 주체가 되어 학교를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을 지닌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천적 지향 및 방도를 제시하고, 왜 굳이 함께 모여 학습을 해야 하는지 의문을 가진 이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집필진의 이야기처럼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고민하는 선생님들이 답답할 때마다 펼쳐볼 실천적 경험과 성찰이 망라된 책이다.
2022년 1차 학습터에는 60여 명의 선생님이 예정 시간을 넘긴 늦은 밤까지 함께 했다. 지역에서 돌아가면서 열기로 한 새넷 학습터, 다음 2차는 충북 새넷이다. 싱그러운 5월의 만남이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