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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nebtls Nov 19. 2024

쇼핑몰의 마법: 와이프의 비밀 에너지

우리 와이프는 평소 운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산책 한번 하자고 하면, “왜 굳이 걸어야 해?”라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사실 그럴 때마다 저는 운동 부족 걱정이 앞섭니다.

요즘처럼 건강이 중요한 시대에 이러면 안 되는데 싶어서요.

하지만 이 걱정은 쇼핑몰에 들어서는 순간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쇼핑몰에만 가면 와이프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됩니다.

마치 숨겨둔 엔진이라도 켜는 것처럼요. 평소에는 싫어하던 걷기가 쇼핑몰 안에서는 마치 즐거운 여행이라도 된 듯, 1시간이고 2시간이고 거침없이 걷습니다.

아니, 걷는 게 아니라 거의 무슨 ‘탐험’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더 놀라운 건 그녀의 에너지입니다.

저는 30분 정도만 지나면 슬슬 피곤해지기 시작합니다.

발도 아프고, 허리도 뻐근해지고, 자꾸 벤치가 눈에 들어오죠.

그런데 와이프는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매장을 하나하나 탐방하며, 아직 못 본 가게가 있다며 미션이 남아 있다는 듯 기세를 올립니다.

이럴 때면 저는 묻고 싶어 집니다.

“대체 당신의 비밀은 뭡니까? 이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거죠?”


혹시 쇼핑몰에만 있는 특별한 산소라도 흡입하는 걸까요? 아니면 쇼핑몰 바닥에 특수한 에너지가 흐르고 있어서 그녀만 반응하는 걸까요?

정말로 신비롭기 그지없습니다.


쇼핑몰 탐방을 끝낸 뒤의 모습은 또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그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침대에 쓰러집니다.

완전히 방전된 로봇처럼요.

그러면 저는 또 묻고 싶어 집니다.

“아니, 당신이 이럴 거면 처음부터 조금만 걸었어도 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와이프에게 쇼핑몰은 단순한 장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녀에게는 그곳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내는 특별한 무대이자 에너지원인 거죠.

마치 저에게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시간이 행복을 주는 것처럼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충전하는 방법이 다르니, 이해해야겠죠.


그래서 이제는 쇼핑몰에 가는 날이면 저도 준비를 단단히 합니다.

편한 신발에, 체력 보강용 간식까지 챙깁니다.

와이프에게 쇼핑몰은 에너지를 얻는 곳이지만, 저에게는 체력을 소진하는 훈련소 같으니까요.


결론은 하나입니다. 쇼핑몰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른 숨겨진 에너지의 비밀을 깨우는 마법 같은 장소입니다.

그리고 그 마법의 수혜자는 대부분 와이프라는 사실이죠.


그러니 오늘도 쇼핑몰에서는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빛납니다.

그리고 저는 뒤에서 묵묵히 따라가며 생각합니다.

“대체 그녀의 비밀은 무엇일까?”


혹시 당신의 와이프도 이런가요? 아니면 본인도 이런 타입인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이미 쇼핑몰 마법에 빠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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