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꼭 계획대로 가야 할 필요는 없더라고요

by ninebtls

요즘 자주 드는 생각입니다.


다들 바쁘게 살고 있지요.

언제까지는 뭐가 되어야 하고,

이 나이쯤에는 이 정도는 해놔야 한다는 이야기들 속에서요.


계획을 세우는 게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저도 젊을 때는 엑셀처럼 인생을 정리해 두고 살았습니다.

문제는, 그 계획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마치 인생 전체가 잘못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겁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인생은 애초에 그런 걸 잘 안 지켜주더군요.

생각대로 되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1. 길을 좀 헤매도, 그게 꼭 손해는 아니었습니다


예전에 여행을 갔다가 길을 잘못 든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식당을 가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아예 반대 방향이었어요.


솔직히 그때는 짜증이 났습니다.

가족들의 표정도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되돌아가려다 우연히 마주친 현지인 한 분이 근처에 진짜 맛있는 곳이 있다며 작은 식당 하나를 슬쩍 추천해 주시더군요.


그곳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오직 현지인들만 아는 숨은 맛집이었습니다.


막상 가보니 원래 가려던 곳보다 분위기도 훨씬 아늑하고, 정성 가득한 음식 맛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습니다.


만약 우리가 길을 잃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 친절한 현지인분을 만나지 못했다면 이런 보석 같은 맛집을 경험할 수 없었을 겁니다.


가끔은 잘못 든 길이 우리를 예상치 못한 더 좋은 만남으로 이끌어주기도 합니다.


2. 원래 꿈이 아니었던 일이, 결국 내 일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처음부터 지금 일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전혀 관심 없던 쪽이었어요.


친한 친구가

“혼자 가기 싫으니까 같이 지원이나 해보자”라고 해서

별생각 없이 서류를 냈습니다.


결과는 좀 씁쓸했죠.

그 친구는 떨어지고, 저는 붙었습니다.


미안했고, 마음도 편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제가 생각보다 그 일을 잘하더군요.


그렇게 몇 년, 몇십 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이게 내 일이구나” 싶어 졌습니다.


돌아보면,

내가 선택한 길이 아니라 계획되지 않은

인생이 슬쩍 떠밀어준 길이었습니다.


3. 안 되는 일도, 나중에 보면 이유가 있더군요


젊을 때 정말 가고 싶던 곳에서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날은 세상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 덕분에

다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선택이 오히려 저를 더 높여 줬습니다.


사람도 좋았고,

무엇보다 “나답게 살아도 되는 곳”이었습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때 그 처음 문이 열렸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시간이 지나야 만 알게 되는 이야기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인생을 너무 꽉 붙잡지 않으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뭐든 계획대로 안 되면 불안했습니다.


요즘은 조금 다릅니다.

“아, 또 이쪽으로 가라는 건가 보다” 하고 넘깁니다.


오늘 계획이 틀어졌다고 해서

인생이 틀어진 건 아니더군요.

세상의 그 어떤 일도 100% 좋고 100% 나쁜 것은 없었습니다.

나쁜 점이 있으면 그 속에는 반드시 좋은 점이 숨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잘 보이지 않지만 지내보니 그게 오히려 좋은 점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4. 놓쳐버린 버스는 오히려 1시간의 선물이었습니다.


가끔 시골에서 정류장으로 가고 있는데 멀리서 버스가 떠나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다음 버스는 한 시간 뒤에나 오는데 말이지요.


예전의 저라면 "아, 5분만 일찍 나올걸" 하고 한탄하며 시계만 쳐다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음을 바꿔 먹기로 했습니다.


억울해하기보다는 "인생이 나에게 1시간의 자유를 선물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그 시간 동안 정류장 주변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평소엔 보이지 않던 길가의 작은 꽃도 보고, 개울가에 비친 제 모습도 찬찬히 들여다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계획에 없던 1시간의 여유가 오히려 저를 숨 쉬게 하는 선물이 되더군요.


혹시 요즘 일이 마음대로 안 풀리시나요?

조금 뒤처진 느낌이 드시나요?


괜찮습니다.

다들 그렇습니다.

그 어느 하나도 쉽게 되는 것은 없습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들지만 ,

부딪혀 보면 생각보다 쉽고 길이 많아 보였습니다.


조금 늦어도 되고,

잠깐 멈춰도 됩니다.


그게 꼭 실패는 아니니까요.

그게 꼭 나쁜 것만 아니었습니다.


그냥 오늘 하루 무사히 잘 보냈다면,

그 속에는 보이지 않은 좋은 일들이 항상 숨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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