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위로가 될 때도 있다.

by ninebtls


슬픔은 나누면 정말 반이 될까요?

요즘 나는 종종 이 문장을 마음속에서 굴려 봅니다.

예전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믿었던 말인데,

시간이 흐를수록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애쓰며 살아갑니다.

기쁜 일이 있으면 괜히 한 번 더 말하고 싶어지고,

슬픈 일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기대어

그 무게를 나누고 싶어 지지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한때의 나는 이 말을

인생을 살아가는 요령쯤으로 여겼습니다.

감정도 잘 정리만 하면

덜 아프게 살 수 있을 거라 믿었거든요.


하지만 살아보니 알겠습니다.

감정은 계산되지 않고,

마음은 레고처럼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요.

어떤 말들은 위로가 되기는커녕,

오히려 오래 남아 마음을 긁기도 합니다.



마음을 맡긴다는 것에 대하여


정말 마음이 무너져 내리던 날,

나는 친구 대신 상담실의 문을 두드린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주위 친구나 지인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되지,

굳이 돈을 내고 내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었지요.


그런데 몇 번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는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지루해도,

중간에 말이 엉켜도,

결론이 없어도 괜찮은 시간.


그 사람이 대단한 공감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어쩌면 ‘비용을 지불했다’는 사실이 만들어 준 정직한 책임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친구는 편하고 나를 아끼지만,

내 감정의 무게를 끝까지 들어줄 의무나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나는 이제 그 비용을

사치가 아니라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솔직합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친구에게 당신의 불행을 말하지 마라.

80%는 관심이 없고 건성으로 듣고, 나머지 20%는 당신이 불행하다는 사실에 오히려 속으로 기뻐하고 즐긴다.“(쇼펜하우어의 인간관계와 본성)


처음엔 꽤 차갑게 들렸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다를 거라 믿고 싶었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 말이 완전히 틀리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불행을 걱정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그래도 나는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안도했던 순간들이 떠올랐거든요.


그건 악의라기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진

아주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사람들에게 기대했던 마음도,

괜한 서운함도 조금은 내려놓게 되었습니다.



모든 이야기를 꺼내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한때 나는

모든 걸 나누는 게 친함이라고 믿었습니다.

아픔까지 공유해야

진짜 관계라고 생각했지요.


하지만 어떤 이야기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제자리를 찾습니다.

가장 약했던 순간의 고백이

훗날 관계가 멀어졌을 때

나를 아프게 하는 기억으로 남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요즘 나는

내 마음 안에

조용한 비밀 정원 하나를 남겨 둡니다.

아무나 드나들 수 없는,

나 스스로를 쉬게 하는 공간 말입니다.



고요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해냅니다.

침묵이 위로가 될 때도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으면

이 마음을 견딜 수 없을 것 같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릅니다.

말하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가

오히려 나를 편안하게 할 때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렇게 하루를 넘기고 나면,

생각보다 큰 탈 없이

다음 날이 찾아옵니다.



혹시 요즘,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고

괜히 잠이 얕아진 날들을 보내고 있나요?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

휴대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은 적은요.


괜찮습니다.

조금 늦어도 되고,

지금은 다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떤 감정은

밖으로 꺼내야 옅어지는 게 아니라,

혼자 조용히 품고 지나가야

자연스럽게 가라앉기도 하니까요.


잠깐 침묵해도 괜찮습니다.

말없이 견뎌낸 이 시간들이

언젠가의 당신을

지금보다 조금 더 단단하게

받쳐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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