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백엔드 주니어 개발자, 루카스 인터뷰
두물머리 내부에는 어느 순간부터 전설처럼 내려오는 말이 있습니다.
신입 채용의 기준은 루카스가 오기 전, 후로 나뉜다.
각자 본인의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은 후 합류한 분들이 많은 두물머리 안에서 신입으로 입사해 2년 차 주니어 개발자가 된 루카스의 이야기입니다.
개발 실력도 뛰어나지만 입사 후 500일 넘게 본인이 한 일에 대해 빠짐없이 기록하고 있는 기록 집착남으로도 유명한데요. 백앤드 개발자 루카스가 말하는 두물머리와 함께한 성장 스토리를 소개합니다.
Q. 안녕하세요 루카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두물머리에서 백엔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루카스 입니다. 스칼라*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고 돈을 좋아합니다.
Q. 두물머리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불릴레오 앱의 백엔드 개발을 주로 맡고 있고, 회사 내부에서 투자 전략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 스펙터라는 프로그램의 관리도 총체적으로 맡고 있습니다.
Q. 과학자를 꿈꾸며 과학고에 진학했던 걸로 알고 있어요.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나요?
어릴 때 대개 남자들은 장래희망란에 과학자를 쓰잖아요. 마치 국제적인 규약 처럼요. 저도 그렇게 어릴때 부터 장래희망이 과학자 였습니다. 말 잘듣는 학생이었어서 과학고에 진학했고 조기졸업 후 카이스트에 들어갔습니다.
학부 졸업 후 대학원 진학을 위해 교수님과 면담도 끝내고 합격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 입학 시점이 다가올수록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라고요. 결국 대학원 입학 이틀 전에 진학 포기서를 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보통 재밌는 일을 하면 잘하는 일이 된다고 하잖아요. 저는 반대로 제가 잘하는 일을 해야 재밌는 일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좀 더 잘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로 했고 대학 졸업 후 바로 군대에 갔습니다. 군대에서 2년간 고민한 결과, 학부 때 했던 스칼라 프로그램을 쓰는 것이 가장 잘하는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Q. 그렇다면 제대 후 개발자로서 취업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대학교에서는 당연히 학문을 탐구하기 위한 코딩을 주로 했었습니다. 특히 제 전공이 프로그래밍 언어 중에서 정적분석이라는 분야였는데요. 인간의 생활을 얼마나 더 이롭게 할까의 고민 보다는 나타나는 현상에 집중해서 깊게 탐구하는것이 위주였죠.
반면 현업의 코딩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편리하고 이로운 서비스가 뭘지 고민해서 만들고 그것을 실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Q. 취업할 당시 선택지가 많았을 것 같은데 왜 두물머리였나요?
전역하고 나서 취업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회사를 탐색했을 때 봤던 기준은 2가지 였어요. 하나는 자유로운 분위기, 다른 하나는 스칼라를 쓰는 팀이었습니다. 군대에 있으면서 다양한 언어를 사용해봤는데 스칼라가 좋은 언어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스칼라를 사용하는 팀 위주로 지원을 했습니다. 두물머리는 스칼라를 사용하는 커뮤니티에서 알게 되었는데 CTO인 구에르삼이 자주 활동하면서 구인공고도 올렸죠. 그걸 보고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면접 과정 중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아무래도 스칼라를 쓰는 곳이어서 긴장을 많이 했었어요. 제가 학부때 스칼라를 썼다고는 하지만 큰 프로덕트를 만들었다기보다 개인적인 프로젝트로 끄적인 수준이었죠. 오히려 면접 볼 당시에는 자바 스프링 프레임워크에 더 익숙할 정도로 그쪽에 더 자신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구에르삼이 여러 기술에 대해 마인드가 열려 있어서 질문도 제 상황에 맞추어서 해주었어요. 예를 들어 '스프링에서 컨트롤러가 동작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정확하지 않아도 되니 추측을 해보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요. 꼭 정답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과정을 평가하고싶다는게 느껴져서 긍정적인 경험으로 남아있습니다.
Q. 입사하고 나서 했던 일 중 특별한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불릴레오 백엔드를 하면서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프로젝트는 원화/달러 수익률 표기 프로젝트입니다.
원래는 시나리오별로 달러 수익률만 표시했는데 원화, 달러 구분하여 표기하는 요구가 있었습니다. 불릴레오가 미국 ETF에 투자하는 앱이다 보니 환율을 고려하여 계산해야 했는데요. 현재 평가액-원금 / 원금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고 접근했는데 파면 팔수록 고려해야 하는 대상들이 많아지더라고요. 환율은 매일 달라지는데 이걸 어떻게 고정을 할 건지, 수익률에 대해서도 고객들의 추가 투자 납입금은 time weighted return을 쓸지, money weighted return을 쓸지 등이요. 백엔드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동시에 금융에 대한 이해도도 많이 올라가서 성취감이 높았던 프로젝트였습니다.
Q. 자리에 김치찌개 레시피를 써 놓은 걸 봤었어요. 무슨 의도로 쓴 건지 굉장히 궁금했어요.
종종 제 자리 옆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김치찌개 레시피 같은 걸 써놓곤 하는데요. 쓰면서 멍 때리기도 하고, 명상하기도 하고, 써놓은 걸 쳐다보면서 아 김치찌개는 이렇게 만들었지,,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어떻게 보면 요리의 레시피라는 게 프로그래밍과 굉장히 닮아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요리를 생성하는 인터프리터*(interpreter)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그 요리의 레시피를 보곤 합니다.
*프로그래밍 언어의 소스 코드를 바로 실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또는 환경
Q. 매일 마다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걸로 유명한데, 언제부터 기록을 시작하였나요?
군대에서 배우게 된 사실이 있는데요. 하루에 남는 시간도 많고 무엇보다 핸드폰이 없어서 뭔가에 집중하기에 굉장히 좋은 환경이었어요. 그런 좋은 환경에서 매일 매일 조금씩 공부하고 기록하는 삶을 살았죠. 그렇게 조금씩 매일 매일 제가 하는 일에 대해 기록하고 그 기록들이 쌓여 데이터가 되니 다음 스텝에서는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결정해야 하는 순간에 조금 더 현명한 선택이 가능해지더라고요. 그런 생활을 2년 정도 하고 나니 개인 생활에도, 회사에 들어와서도 제가 하는 일을 웬만하면 전부 다 기록으로 남기려고 하고 있어요. 모르는 게 있을 때는 그 기록을 찾아보기도 하고 기록을 기반으로 다음에 뭘 할지 생각해보기도 하고요.
Q.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기록을 하고 있나요?
개발자분들이 많이 하는 TIL (Today I learned) 이라는 게 있는데요.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배운 거 위주로 매일 기록을 하고 있어요. 보통 자기가 처음 하는 일을 하게 되면 무조건 모르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사수에게 물어보고 알게 되어도 거의 3일 이내에 그 일을 까먹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런 것들을 기록해두면 똑같은 일을 두 번, 세 번 안 물어보게 되기도 하고 기록하면서 내가 모호하게 알고 있던 내용도 한 번 더 정리하게 되는 2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투자에 대한 기록도 시작했습니다. MTS나 HTS에 매매기록이 남기 때문에 별도로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사내에서 줄스가 공유했던 포트폴리오 관리 시트를 통해 제 자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기록하니 어렴풋이 알고 있었던 부분이 해소되더라고요. 어떤 자산에 생각보다 많이 담겨있고 어떤 자산에는 덜 담기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록하는 나중에 찾아보는것 뿐만 아니라 지금 상황을 기록하는 행위로 꺼냄으로써 확실히 인지하고 넘어가게 해주는 중요한 기능도 있는 것 같아요.
Q. 두물머리 오기 전과 후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두물머리에 오기 전에는 투자에 있어서 남들과 비슷한 정도의 관심이 있었어요. 제가 입사한 시점이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주식 투자가 활발히 유행하던 시기였는데 투자에 대해서는 전혀 지식이 없던 상태였죠. 입사하고 나서 회사 안에서 얘기를 많이 들으면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많이 높아지고 알게된 지식도 많아졌습니다.
Q. 투자자로서 본인의 레벨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 회사 분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저는 5점 만점에 한 1.5점 정도 같아요. 공격적인 투자 보다 인덱스를 추종하는 ETF에 주로 투자하고 있거든요. 다른 사람한테 묻어서 가는 그런 투자를 선호합니다.
예전에는 수익률이 높으면 투자를 잘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자기 상황, 성향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이 잘하는 투자라고 봐요. 일이 바쁜 사람은 시간을 많이 쓸 수 없으니 수동적인 투자를 하면 좋고, 퇴근 후 본인이 투자에 쏟을 여유가 있고 그 일이 재밌다면 종목을 발굴해서 투자를 할 수도 있는 거고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이 각자 성향에 맞는 투자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성취라고 볼 수 있지 않나 합니다.
Q. 주니어 개발자가 두물머리에 꼭 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CTO와 함께 페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드라이버와 네비게이터 역할 군을 나누어서 서로 번갈아 가면서 코드를 작성하고 한명은 보면서 방향을 잡아주는 프로그래밍 방식인데요. 이걸 하면서 구삼은 어떤 식으로 정보를 검색한다든지 생각을 진행한다든지, 코드를 작성할 때 어떤 툴을 사용해서 빠르게 일을 진행하는지 등의 사소한 스킬까지 옆에서 바로 지켜보면서 모두 흡수 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배운 게 엄청 많았습니다.
금융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아주 큰 이득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공감하는 단계를 넘어 그 얘기를 듣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이 될 수 있으니까요. 회사에 와서 직접 일하다 보면 도메인에 대한 이야기를 안 들을 수가 없고 이야기를 많이 나누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투자하고 있는지, 그럼 나는 뭘 해야할지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됩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돈을 많이 벌기입니다. 두물머리에 오고 느낀 건데 역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좋다는 확신을 얻었어요. 지금은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하고 싶은걸 하는 데에 있어 제약조건이 별로 없는데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아마 더 돈이 필요한 생활을 하게 되겠죠. 그럴 때 돈이 충분하지 않다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오겠다 싶어요. 제가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도 언제든지 하고 싶고 원하는 일을 선택 할 수 있는 자유를 얻기 위해 서입니다. 어떻게 보면 파이어 족이 이야기하는 은퇴할 수 있는 자유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저는 은퇴는 하고 싶지 않지만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개발자로서는 실용적인 프로덕트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스칼라라는 언어 또는 함수형 프로그램이라는 패러다임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코드가 아름답기는 한데 그게 정말 실용적인가? 라는 질문에는 좋은 답을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생산성 면도 그렇고 유지보수에서도 그럴 수 있고요. 어떻게 하면 내가 쓰는 코드가 안전하고 유지보수도 잘 되고 멋지면서도 실용적으로 느껴지게 할지, 내가 하는 코딩 업무가 모든 기획자에게 설득이 되는 그런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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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스의 인터뷰는 영상으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