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왜 태어난 건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고, 지금도 모르겠어요.
내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나,
왜 난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야 하나,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하루에도 수십번, 수백번씩 생각했어요.
살고 싶지 않았지만, 숨이 쉬어지니
꾸역꾸역 죽지 못해 살아왔어요.
하지만 올 게 오듯, 터질 게 터지듯,
죽고 싶은 순간이 나에게도 왔죠.
처음은 중학교 때였고, 유일하게
숨 쉴 틈이었던 친구 덕분에 몇 달,
몇 년을 그렇게 더 살았고,
다음은 28살 때였는데, 좋아하던
가수의 콘서트를 처음 가서 느꼈던
좋은 기억들로 그렇게 또 버텼고,
그다음은 34살 때였으며,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 거 같아요.
위로가 되었던 노래들을 듣고,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면서 그렇게
또 하루하루 견뎠어요.
그러다 보니 살아지더라구요.
그러다 나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몸도 마음도 쉴 수 있는 휴식다운 휴식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안식년 같은 휴식 말이에요.
가족들에게는 한심해 보였겠지만,
그 휴식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지도 몰라요.
나에게 꼭 필요했던 시간이었거든요.
살아지니까, 죽지 못해서 사는 인생 말고,
살고 싶어서, 살아야 해서 사는 인생을 위한
그런 시간이요.
삶을 살아갈 이유가 가족이 아니라
하찮은 것에 불과하더라도 괜찮아요.
그들이 날 포기했듯, 저 또한 포기했으니까요.
기대가 없으면 상처도 받지 않으니까…
내 세상에 전부가 그들이 아닌 나 자신이고,
내 세상을 그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조금씩 채워가다 보면 언젠가는 살고 싶어지겠죠.
그냥 그렇게 사는 것도 인생인걸요.
그것이 내가 살아갈 이유가 될 거예요.
<살아갈 이유 - 나태주>
너를 생각하면
화들짝 잠에서 깨어난다
힘이 솟는다
너를 생각하면
세상 살 용기가 생기고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인다
너의 얼굴을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따뜻해지고
너의 목소리 떠올리면
나의 가슴은 즐거워진다
그래, 눈 한 번 질끈 감고
하나님께 죄 한 번 짓자!
이것이 이 봄에 또 살아갈 이유다
<절망에 관하여 - 신해철>
뜨겁던 내 심장은
날이 갈수록 식어가는데
내 등 뒤엔 유령들처럼
옛꿈들이 날 원망하면서 있네
무거운 발걸음을
한 발자국씩 떼어놓지만
갈 곳도 해야 할 것도
또 내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눈물 흘리며 몸부림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그냥 가보는 거야
내 몸을 졸라오는
올가미처럼 그 시간이 온다
내 초라한 삶의 이유를
단 한 번만이라도 볼 수 있다면
눈물 흘리며 몸부림치며
어쨌든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
그러다 보면 늙고 병들어
쓰러질 날이 오겠지
하지만 그냥 가보는 거야
그냥 가보는 거야
가보는 거야 몸부림치며
사는 날까지 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