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살리는 나만의 원칙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유튜브 동기부여 영상을 보고,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대신 내 감각과 리듬으로 글 한 편을 써 내려갔다.
처음 쓴 글이었다.
완벽하지도, 정돈되어 있지도 않았다. 스스로 잘 쓴 글이라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 글을 읽은 딸이 뜻밖의 말을 건넸다.
“엄마, 아까는 기분이 좀 우울했는데 엄마 글 읽고 마음이 가벼워졌어.”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속에 오래 남았다.
그 후, 나는 그 글을 다시 고쳐 보았다.
조금 더 친절하게,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소위 말하는 ‘좋은 문장’이 되도록 다듬었다.
다시 완성된 글을 딸에게 보여주었다.
딸은 이번에 이렇게 말했다.
“엄마, 첫 번째 글이 더 좋아. 이건 완전히 망가졌어.”
그때 깨달았다.
글은 공들여 고친다고 해서 반드시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오히려 고치지 않아서 숨이 붙어 있는, 살아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나만의 원칙을 하나 만들었다.
‘글은 딱 한 번만 고친다.’
내가 허용하는 한 번의 수정은 오직 여기까지다.
* 중복되는 문장 삭제
* 오탈자 교정
* 리듬을 방해하는 접속사 제거
더 이상의 의미를 덧붙이지 않는다.
설명을 보태거나 메시지를 억지로 정리하지도 않는다.
두 번째 수정부터는 위험한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독자를 위해 더 친절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쓰면 오해를 사지는 않을까?’
‘메시지가 조금 더 선명했으면 좋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면, 나는 이것을 ‘글’이 아니라 ‘내 불안’을 고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제 나는 글이 살아 있는지 이렇게 판단한다.
읽고 나서 누군가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다면.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몸이 먼저 반응했다면.
덜 썼는데도 긴 여운이 남았다면.
그 글은 이미 완성된 것이다. 더 손을 대는 건 사족일 뿐이다.
예전에는 ‘잘 쓴 글’을 쓰고 싶었다.
요즘은 ‘사람을 덜 아프게 만드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런 글에는 공통점이 있다.
말이 많지 않고,
해답을 강요하지 않으며,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그 글 속에 잠시 머물 수 있는 빈자리를 내어준다.
그래서 나는 이제 이렇게 한다.
쓴다. 딱 한 번 고친다. 그리고 기꺼이 놓아준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글쓰기다.
✨️한 줄 메모
글은 다듬어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살아 있을 때 멈춰야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