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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May 15. 2023

우리들의 선생님

고등학교 3학년.

1975년, 지금으로부터 48년 전의

우리 반 담임선생님을 며칠 전에 반친구들과 만났다.


60명이 넘었던 반 친구들은 졸업 후 세월이 지나도 끼리끼리 만나고 있던 것을 같이 합해서 지금은 20명이 모임으로 만나고 있다.


매년 5월은 스승의 날을 전후해서 선생님을 모시고 모임을 한다. 올 해도 어김없이 지난주 모임에서 만났다. 회장과 총무는 선물을 준비하고, 학교 다닐 때 아침 조회와 종례 하는 것처럼 선생님 말씀을 듣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선생님의 말투는 똑같다. 최근에 달라진 것은 말에 힘이 없어지고 걷는 게 불편해 지팡이를 집고 다니신다, 우리와 나이차는 14살 차이다. 동기 중에 나이 많은 친구들과는 12살 차이도 난다. 또 선생님이 동안이시라 선생님보다 더 늙어 보이는 친구듵도 있다.


학교 다닐 때 내가 느끼기에는 선생님은 특별히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2학년 담임할 때의 몇 명은 3학년 때 선생님과 같은 반으로 함께하는 등 편애한 것이다. 그중에 나도 들어 있다. 나는 공부를 반에서 제일 잘해서 칭찬을 많이 듣는 편이었다. 내가 보기에 많이 혼나는 친구도 있었다. 선생님의 성향은 우리 반을 결석을 안 하고 공부 잘하는 최고의 반을 만드는데 열정이 남달랐다. 그래서 그때는 나조차도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선생님과 연락을 쭉 하고 지냈다. 선생님 자신이 담임한 학생들 중에서 우리 동기들에 대한 애착이 가장 큰 것이다. 우리가 연락하기보다는 선생님이 먼저 연락을 하는 편이다, 나 한태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가끔씩 친구들이 선생님집 주소를 나한테 물어본다. 나는 선생님에게 물질적으로 선물해 본 적이 없다. 마음으로 존경한다고 친구들에게나 스스로에게 한다. 선물을 하거나 선생님께 잘하는 친구들은 선생님의 편애를 받았던 부류가 아니라 선생님에게 혼났던 친구들이다. 그리고 대부분 친구들 자녀가 결혼할 때.선생님을 주례로 모셨고, 우리들은 그때마다

학교 때처럼 비슷한 이야기를 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선생님과 대화하는 게 예전보다 편하게 스스럼없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게 된다.

이제는 선생님보다 내가 먼저 연락을 하게 된다. 연락이 오랫동안 안 오면  궁금해지기도 한다. 전화할  때나 모임이 있을 때마다 친구들 앞에서 늘 내 자랑을 해준다. 학생 때나 지금이나 늘 열심히 살고 있다고 칭찬해 준다.친구들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살면서 그런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임에서 다른 친구들처럼 나도 최초로 편지와 함께 선물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선생님이 고맙다고 연락을 주셨다. 더 이상 기회가 없을까 봐 걱정되어서 마음의 짐을 덜고 싶었다. 나를 좋아하던 사모님도 같이 오셔서 사모님 곁에 가서 감사하고 고맙다고 오랫동안 손을 잡아드렸다. 한 친구는 나와는 달리 사진도 함께 찍어서 카톡에 올리기도 했다.


20살 전후의 우리들과 50년을 함께 하는 선생님은 우리들 때문에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아왔다. 생각해 보면 선생님은 우리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우리들도 선생님으로 해서 만나게 되고 선생님과 함께 즐거워하고 있는 것이다.나 또한 오랜 시간동안 선생님의 칭찬을 받으면서 자신을 좀 더 사랑하면서 살고 있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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